제비(쪽지)에 이름이 적혀있는 분은 평소 무섭고 엄하신 분이라고 소문이 나신 분이었는데, 사적으로는 접점이 거의 없었고, 내 성격 자체가 내성적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이 분에게 접근하여야 할지 난감하였다.
'어떡하지? 어떻게 저분의 마니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
마니또 행사가 1개월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1개월 기간 내에 마니또로서의 실적(?)을 내야 하므로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한 부분이 중요했다.
나는 마니또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고, 고민 끝에 우선 그 분과 친해지기로 하였다.
사실, 예전에는 그분을 만나면 피했었는데, 마니또로 결정되고 나서부터는 먼저 인사했었고, 처음에는 어색했었으나 점차 익숙해져 갔다.
그분도 처음에는 형식적으로 인사를 받아 주었으나, 계속 인사를 하다 보니 나에게 이따금씩 말을 걸어주었고, 그렇게 점점 우리 사이는 개선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사이가 개선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본격적으로 마니또로서의 실적(?)을 쌓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그 팀장님이 계시는 부서를 지나갈 일이 있으면 음료수를 하나 들고 사무실에 들러서 안부를 여쭙거나, 자리에 부재중이신 경우에는 음료수를 자리에 놔두고 갔었다.
그렇게 1개월가량 소통을 하다 보니 무섭고 엄하기로 소문이 난 그 팀장님과 나는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1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마니또 행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 직원들이 회의장으로 모였다. 마니또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자리였는데, 내가 그 팀장님을 지목하면서,
"제가 팀장님의 마니또입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자, 팀장님은 자신의 마니또가 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중에 끝나고 왜 놀라지 않으셨는지를 여쭈어보니,
"그렇게 사무실을 방문할 때마다 음료수를 주고 하는데 모를 수가 있겠냐."라고 하셨다.
그렇게 마니또 행사가 끝나고 회사에 적응되어 갈 때쯤,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 일상을 깨는 일이 다가왔다.
어느 날, 우리 팀 중간관리자가 내 자리에 다가와서
"선생님, 잠시 나가서 이야기 좀.."
이라고 나지막이 내게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자리를 정리하고 그를 따라갔다.
그 분과 나는 근처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를 고르고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발길을 옮기며 얼마쯤 걸었을까?
그분은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선생님.. 일을.. 빨리 처리해주세요. 그게 잘 안 돼요?!"
나는 그분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왜냐하면, 1개월이 넘은 기간 동안 기간제 근로자 근태관리(월말 업무), 문서수발신(수시 업무), 우편발송 외의 일은 내게 별도로 주어지지 않았고, 고정적으로 부여받은 기간제 근로자 근태관리 및 문서수발신 업무는 업무 로딩이 길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벤트성으로 부여된 주차 인원 현황 파악에 대한 업무는 이미 현황조사를 끝내고 자료 보고를 완료하였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업무가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그분의 그 한마디는 나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네.. 네에.. 선생님. 알겠습니다."
나는 그분의 그 말이 이해가지는 않았으나, 우선 알겠다고 하면서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답변하였다.
그렇게, 같이 사무실로 돌아갔고, 자리에 앉자마자 내 사수가 나에게 무슨 일로 같이밖에 나갔다 왔는지 물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