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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agio Sep 25. 2022

제18장[수습해제(2)]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다. 


심기일전하기로 다짐하면서 사무실 문을 열었고, 간단히 사무실을 정리하고 자리에 앉아 업무내용을 확인하였다. 조금 있다가 다른 선배직원들이 출근하였고, 어제 나에게 주의를 주었던 중간관리자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하였다. 나는 탕비실에 들어가 커피를 탔고, 선배직원들에게 한잔씩 돌리면서 기분좋게 오전일과를 시작하고자 하였는데, 나에게 커피를 받아든 중간관리자는 고맙다는 인사없이 모니터만 연신 보면서 나를 외면하였다.


나는 머쓱한 마음으로 자리에 착석하여 일을 수행하였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갑자기 팀장님이 팀장실에서 나오시더니, 내 자리 뒤에 계속 서 있기 시작하였다. 


나는 신경이 쓰였으나, 눈치를 보면서 할일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에, 내 자리에 전화가 왔었는데 그 전화는 민원전화였다. 


민원인은 직원들이 계속해서 동네근처에 무단으로 주차하고 있으며, 회사에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였다.


민원인의 감정이 격앙되어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선 민원인에게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무단주차가 발생하는 구역이 어디인지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그렇게 내용을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전화를 왜 그런 식으로 받아!"

라는 팀장님의 불호령이 있었다.


나는 순간 너무 당황하였다. 처음에 소속을 밝히고, 민원내용을 파악하고 나서 통화를 마무리 하였던 것인데,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잘못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적어도 불호령을 할거라면, 어느부분에서 어떤 잘못을 하였는지 알려주기를 원했으나 팀장님은 그러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팀장님은 계속 내 뒤에 서있었다. 


그렇게 며칠동안 팀장님은 내 자리 뒤에 서서 나에게 호통을 쳤었다. 그리고 오후에 중간관리자가 나에게 찾아와 잠시 나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였다.


그 분과 함께 회사 밖 흡연실로 향했고, 중간관리자는 나에게 담배를 태우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그렇다고 답변하였고, 그 분은 나에게 담배 한개피를 빌려달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담배 한개피를 건넸고, 불을 붙여주었다.


담배를 태우면서 나에게,


"아니, 일을 그렇게 밖에 못해요? 조금 더 잘 할 수는 없어요?"


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여전히 나는 의문에 사로잡혔다.


'대체 내가 하는 일이 많지 않은데 무엇을 잘하라는 것일까.. 내가 할 게 없는지 물어봐도 할 게 없다면서 계속해서 업무분장을 새로 하지도 않는데..'


지금같았으면, 


"아니,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그럼 고칠께요. 제가 기한 내에 일을 완료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대체 선생님께서 보셨을때에는 업무적인 부분에서 어떤게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라고 했었을것이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내성적이었고, 상급자의 말에 반문을 제기하는 것은 버릇이 없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네, 선생님. 죄송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하였고, 그 분은


"아니, 노력만 하지말고! 하아.."


그렇게 이야기 하더니 담배를 끄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저 사람이 나의 어떤 부분을 탐탁지않게 생각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2 Out을 받으니 억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 날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한잔을 하면서 가슴앓이를 하였다.


너무 슬펐고,


'내가 능력이 없어서 중간관리자에게 이런 소리를 듣는건가..'


라고 나의 능력에 대한 의심을 끊임없이 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에 나는 충격적인 사실을 사무실 문 밖에서 들었다. 


그 날은 점심을 혼자먹고,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때였다.


사무실 안에서 고성이 들렸다.


"아니, 그럴거면 뽑지를 말지!, 애를 그렇게 보낸다고?!"


나는 직감적으로 그 대화에서의 '애'가 나라는 것을 느꼈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사무실 내 선배들은 일동 조용하였다. 


나는 자리에 앉았고, 오후 일과를 준비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간관리자가 나를 불렀다.


"선생님, 잠시 저랑 이야기 좀 해요."


당시 기억을 되짚어 보았을 때, 그때 나의 심정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와 같았다. 그렇게 중간관리자를 따라 회사 밖 흡연실로 향했다.


"담배 태우실거면 태우셔도 되요."


그 분의 말에 나는 담배를 꺼내서 한대를 태웠다.


"회사생활 어때요? 괜찮으신가요?"


그 분의 질문에, 나는


"네, 괜찮습니다. 부서원 분들도 저를 많이 챙겨주시고요.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해서 보탬이 되는 사원이 되겠습니다."


라고 답변하였다.


그 분은 한숨을 쉬더니 나에게 무거운 입을 떼며,


"선생님.. 이야기 할게 있어요. 우리가 선생님이랑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멍하게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사실 그 뒤로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그 때 최대한 눈물을 참으려고 노력했고, 최대한 아무렇게 않은 척 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그렇게 시보에서 짤리게 되었다. 딱 2개월째 되는 날이었다.


해고예고 통보 때문에 2개월 째 되는 날, 나에게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여졌고, 내 평생의 회사라고 생각했었던 곳에서 내가 남아있을 수 있는 기간은 1개월 뿐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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