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1개월은 정말 지옥같았다. 평소 맡은 일이 많지 않아서 인수인계를 할 것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루틴한 업무를 처리하고 나면 남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고역과도 같았다. 그 이유는 팀원 모두 나를 '이방인' 대하듯 하였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내가 자신들과 함께할 동료가 아니라는 것이 확정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또한 그들은 나에게 무언가 미안해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입사 전, 수습해제와 관련해 선임자들이 나에게 했던 이야기는 한결 같았다.
"진짜 선생님이 큰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수습해제 될 일은 없을거니깐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런데, 이렇게 수습해제를 당했으니 그들 입장에서도 머쓱하였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내가 수습해제를 당하는 명확한 이유조차도 알지 못한채 근로계약기간 마지막까지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였다.
그리고, 이 곳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송별회를 하자는 팀장님의 이야기가 있었고, 나는 배알도 없이 참석하겠다고 하였다. 업무가 끝나고, 송별회 장소로 불고기 집을 갔었다. 팀장님 이하 모든 팀원들이 참석하였고, 팀장님은 나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권하였다.
이 악독한 팀장은 마지막까지 나를 배알없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했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배알없는 사람처럼 팀장 이하 팀원들에게 그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감사했다는 내용의 형식적인 멘트를 남겨야만 했다.
그렇게 한마디를 한 후, 식사를 하였는데 그 회식자리에서 나는 소외되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마디도 할 기회를 받지 못하였다. 딱, 그 한마디까지가 나의 송별회 자리였던 것이었다. 이로써, 나와 이 곳과의 인연도 끝인 것이었다.
그렇게 회식이 끝나고, 불고기 집에서 나와 팀장 이하 팀원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뒤돌아섰다.
그러자, 맞선임이 나에게 둘이서 2차를 가자는 제안하였는데, 그 제안에 응하여 가까운 곳에서 2차 자리를 가졌다.
"..."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미안합니다, 선생님." 이었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대체 이 사람이 내게 뭐가 미안한건가..
그래서, 그에게 "선생님이 왜 미안하세요?" 라고 답변하였다.
그러자, 그는 나의 진짜 수습해제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원래, 선생님을 채용하면서 지금 팀장님을 다른부서로 이동시키려고 하였어요. 그런데, 그 부서로 가시지 않으시려 하는 거에요. 그러면서 다시 오버 T.O.가 되어 선생님을 수습해제 한 거에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나는 충격을 받았고, 이내 소주를 한잔 들이켰다.
그리고, 그에게 "선생님께서 죄송하실 일은 아닌걸요. 저는 괜찮아요."
라며 애써 쿨한 척, 괜찮은 척 하면서 등신같이 답하였다.
그리고 나서는 무슨 말을 하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이미 정신은 아늑하게 소주한잔에 녹여 단숨에 털어버린 후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나서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