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미온느의 시계는 없다.

by 꽃별

생각해 보면 요즘 나는 꽤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작고 소중한 월급을 매달 주는 직장도 있고.

그 직장에서 확장되어, 가끔 강사료를 받기도 하고.. 출판 계약을 하며 돈을 받기도 했다. (공저라, 정말 귀여운 돈이지만, 말이다.


늦은 퇴근을 주로 하지만,

일주일 중 이틀은 일찍 퇴근하고 대학원을 간다.

'주경야독'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그리고 나는, 사랑스러운 아들이 있는 엄마다. 누군가의 아내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딸이기도 하다.




이런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사람들은 헤르미온느의 시계를 가지고 있냐고 묻곤 한다.

똑같은 24시간인데,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냐며...




헤르미온느의 시계는 타임 터너(Time-Turner)라고 불리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마법 도구이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헤르미온느가 여러 수업을 동시에 듣기 위해 사용했으며, 목에 걸고 시곗바늘을 돌리면 정해진 시간만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다만 과거를 함부로 바꾸면 큰 위험이 따른다는 엄격한 규칙이 있다.




나에게 그런 시계는 없다.

나에게 그런 비법도 없다.


왜냐면 사람들이 보고 있는 나와 실제 나의 모습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하루하루를 쫓기듯이 살고 있다.

머릿속은 해야 할 일로 가득 차 있고, 내 몸은 그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유리 체력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머릿속이 가득 차서 인출이 지연되기도 한다.

(말이 바로 안 나옴. 명사는 거의 기억이 안 남.)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나에게 화가 날때도 많다.






'왜 나는 그렇게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걸까?'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열심히 하면 그것들을 다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나의 좌우명이라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해 본 적은 없지만)

이것들이 내 삶의 방식이자 방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강점 중 하나가 ’ 시작하기‘이다. 예를 들어,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이 들면, 그냥 시작한다.

잘할 수 있을지, 그것을 할 시간이 있을지 고민하며 망설이지 않는다.


그 강점은 나를 성장시키지만, 동시에 나를 좌절시키키도 한다.




나는 늘 마감일에 허덕이고,

나는 늘 나의 재능 없음에 좌절하고,

나는 늘 더 열심히 하지 못함에 속상하고,

나는 늘 그렇게 쫓기듯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것인가?'

'왜 그렇게 항상 배우고, 항상 도전하고 싶어 하는가?'


그것은, 내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하는 것이 없다.

글을 잘 쓰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다.

말을 잘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다.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다.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열등감이다.”

그 열등감이 나를 더 노력하게 만들고, 나를 더 성장하게 만들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고 말하곤 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못 견디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어제보다 더 성장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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