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속의 안정과, 자율 속의 경쟁

일본 회사와 외국계 회사, 그리고 커리어 초반에 알았더라면 좋았던 것들

by 취미부자 노마드

일본계 회사에서의 삶은,

어찌 보면 감시받는 ‘사적인 사회’ 같았어요.

혹은 공장에 놓인 작은 부품처럼요.


인사부는 회사의 핵심 권력이고,

연 1회 발령을 통해 부서를 바꾸고,

3~5년마다 보직도 바뀌어요.

누구도 자르지 않기에 고용 안정성은 크지만,

그 대신 개인의 선택권은 거의 없어요.


‘평생 복종하면 평생 보장되는 사회’

모난 돌이 되지 말고, 정해진 틀 안에서

적당히 사는 것이 이상적인 삶이 되는 곳이죠.


여기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현실이 있어요.

아직도 일본은 ‘일반직’, ‘종합직’, 그리고 ‘여성직’을 따로 뽑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여성직은 승진 기회나 급여 면에서도 차별이 명확하게 존재해요. 요즘은 대졸여학생들이 일반직이나 종합직에도 지원을 하지만 뽑히는 숫자는 아직도 한자리 숫자에 불과합니다.

겉으로는 평등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해요.


그에 비해 외국계 회사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어요.

메일도 자유롭게, 회의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상사와 동료 모두가 ‘동등한 개인’으로 대하는 문화였어요.


다만 그만큼 결과에 대한 압박은 훨씬 컸어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죽기 살기로 일하게 되고,

내 팀도, 내 상사도—어쩌면 나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구조였죠.


자율의 공간에는 책임이 따르고,

결과 중심의 문화는 실수도 관용보단 평가의 대상이 되었어요.

그게 외국계 회사의 현실이었어요.


일 잘한다고 더 받는 것도, 덜 받는 것도 없는 일본


일본은 빠르게 일한다고, 더 많이 한다고

월급이 더 오르지 않아요.

천천히, 실수 없이, 딱 정해진 만큼만 잘하면 되는 사회.

그래서 빠른 속도보다 ‘완벽함’이 더 중요해요.


반면 외국계는 속도와 효율,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요구하고,

그만큼 일의 양도 많고, 피로도도 컸어요.

일이 ‘내 몫’인 만큼, 실패도 온전히 ‘내 책임’이 되었고요.


커리어 초반에 알았더라면 좋았던 것들


그때 깨달았어요.

첫 직장을 고를 때 연봉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걸요.


이 회사는 내 일상을 어디까지 통제하는가

실수를 했을 때, 나를 비난하는가, 도와주는가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 경험이 내 커리어의 큰 그림 안에서 어떤 조각이 될까


지금 돌아보면,

커리어 초반에 너무 많은 걸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그보다 중요한 건

어떤 환경이 나와 맞는지 스스로 알아가는 것.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걸,

하나씩 채워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요.


‘혼자서도 잘해요’가 되고 싶었어요


저는 일본에 있는 동안

일부러 한국인 네트워킹을 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거의 다 재일교포나 재미교포 분들이었고,

같은 업계에 한국인도 거의 없었어요.


외롭긴 했지만,

오히려 그 외로움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외국에 살다 보면,

사람은 결국 편한 사람만 찾게 되고,

그게 습관이 되면 나는 일본이 아니라

‘일본에 사는 한국섬 사람’이 되기 쉬워지거든요.


지금 내 커리어, 어디쯤에 와 있을까


커리어라는 건

회사에 오래 다닌다고 쌓이는 것도 아니고,

이직을 자주 한다고 나빠지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내가 내 길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가.


1년에 한 번쯤은

내가 지금 회사에서 얻고 있는 것,

잃고 있는 것,

그리고 내 다음 방향이 어딘지를

조용히,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다음 편 예고


다음 글에서는

일본 회사와 외국계 회사에서 일할 때 가장 큰 결정 기준,

그리고

외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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