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 미용실에서 볶았던 머리카락이 돌이킬 수 없이 상해버렸다. 어찌나 상했는지 손으로 죽 빗어 내리면 머리칼 두어 개가 딸려 나오고, 머리색은 녹이 슨 것처럼 바랜 주황빛이 섞여 보기 싫게 얼룩덜룩하다.
참을 수 없어 빗자루처럼 뻑뻑한 머리를 계속 빗는다. 손으로 벅벅. 빗으로 벅벅. 그래도 소용없다.
문득 제멋대로 빗어 풀어내려 했던 관계들이 떠오른다. 드러나는 푸석함과 엉킴만을 해결하면 될 거라 지레짐작했던 관계들. 관계를 뻑뻑하게 만든 근원은 살피지 않은 채 겉모양만 살피던 노력들은 당연히 무용지물이 되었다.
당시에는 그걸 몰랐다. 그래서 관계의 끝은 항상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다가온다고 느꼈다. 상대방이 가해자였고 나는 피해자였다. 부끄럽게도 그렇게 생각했다.
머리카락이 상했다면 잘라내야 한다. 상처가 났다면 덮어두지 말고, 아프더라도 빨간 약을 발라야 한다. 마찬가지다. 관계가 상했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어떤 상처가 났는지 아프더라도 바라보아야 한다.
서로의 겉모양만 살핀 관계는 그렇게 끝이 났다. 물론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곳엔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 서툰 이별이었을 뿐.
돌아오는 월요일에 미용실을 예약했다. 상한 머리를 잘라내고 얼룩덜룩한 머리색을 깨끗하게 염색해야지. 빗자루 같은 머리칼은 그만 빗어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