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밑을 지나는데 생각이 났다.
“우리 언젠가, 오늘같은 겨울날 꼭 담양에 가서 눈으로 뒤덮인 메타세콰이어 길을 걷자.”
으레 그렇듯 언젠가라는 말은 기약 없는 약속이 되어 사라졌고 우리가 함께 맞을 겨울은 다시 오지 않았다.
어떤 순간은 영원하지 않아서 아름다울 수 있다던가. 그 문학적인 문장을 너를 통해 비로소 이해했다.
더운 여름날, 첫 만남에 가기로 했던 카페가 문을 닫아 당황하며 땀을 삐질 흘리던 너, 그런 네 모습이 마냥 귀여웠던 나.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냉우동, 눈 마주치기 부끄러워 고개를 떨구면 보이던 네가 신은 반스의 페니로퍼. 더위도 잊고 무작정 걸었던 망원한강공원. 요즘 꽂힌 노래라며 들려주던 마츠바라 미키의 Stay with me.
그래. 네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