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신체화 증상으로 신경과에서 정신과 약을 처방받다.
솔직히 내가 태생이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다.
두부멘탈에 걱정도 많고, 자신감은 부족하나 자기 검열은 빡센....
하지만 운 좋게도 학창 시절에도, 직장에서도 주변환경이 괜찮았던지라 이렇다 할 '또라이'를 만나본 경험이 없었다. 남편은 항상 이런 나를 보고 온실 속의 화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했는데...
살면서 이제껏 만나본 적 없는 비상식적인 인간 때문에 평화로웠던 내 일상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녀에게 바치는 짤⬇️)
... 문제는 이 사건 이후로 여러 가지 신체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잠에 쉬이 들기 힘들고, 잠에 들더라도 계속 악몽을 꾸거나 수차례 깨는 수면장애, 물을 아무리 마셔도 입 안이 쪼글쪼글해지고 혀가 갈라지는 입마름 증상, 그 사건이 떠오를 때마다 숨 쉬기 힘듦, 심장 답답함, 부정맥 증상까지...
이런저런 병원을 전전했지만 이렇다 할 원인을 찾지 못해 결국 신경과까지 내원했는데 여러 가지 검사 끝에 *자율신경실조증 판정을 받았다. (*교감 신경의 균형이 깨져 여러 가지 질병이 발생되는 것)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서 내가 겪는 모든 증상들이 우울증, 불안장애가 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체화 증상이라며 정신과 약을 먹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요즘은 정신과 진료 보는 것이 너무나도 흔한 일이지만 막상 항불안제, 항우울제가 쓰여있는 약 봉투를 들고 나오니 마음이 많이 심란했다. '정신과 약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끊기 힘들다던데', '계속 이 약에 의존하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들고...
찾아보니 정신과 약물은 벤조 계열과 비벤조계 약물로 나뉜다.
대표적인 벤조 계열 약은 알프라졸팜, 디아제팜. 이 약들은 먹는 즉시 수십 분 내로 효과가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으나 의존성/중독 위험이 있어 너무 불안할 때만 비상약처럼 먹으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
비벤조계 약물 중 대표적인 것은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있다. 이 약은 벤조 계열 약과 달리 먹는 즉시 효과가 나타나진 않는다. 오히려 초반에는 아무 효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고. 하지만 3주 정도 꾸준히 복용하면 장기적으로 세로토닌의 분비시간이나 양을 정상화시켜 우울함, 불안을 안전하게 감소시킬 수 있는 약이라고 한다.
막상 약을 먹으려니 두렵기도 하고, 신경과 말고 정신과도 한 번 더 가봐야 하지 않나 고민도 했는데, 이게 웬걸? 동네에 평이 좋은 정신과들은 최소 한 달에서 두 달은 기다려야 초진 진료를 볼 수 있었다. 마음이 힘든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지...
당시 내 상태는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하는 불안으로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더 이상 새로운 일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머리로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잠에서 깨어나는 그 순간부터 심장이 짓눌려서 숨 쉬기 힘들고, 눈을 감았다 뜨면 오늘 하루가 그냥 끝나있기만을 바라는 상태가 되었다.
결국 정신과와 상담센터도 예약은 잡아두되 신경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약을 먹으면 머릿속에 끼어있던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다', '왜 진작 약의 도움을 받지 않았나 후회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약만 먹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