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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오기 Jun 26. 2023

우리만의 집짓기 - 마음대로 3

건축가 선택하기

집짓기가 맘 속에 들어온 이후로 TV에서 방영하는 집 관련 프로그램은 모두, 진짜 정말 다 보았다. 건축탐구 집에서 부터 구해줘 홈즈, 바꿔줘 홈즈, 구해줘 숙소, 로망대로 살아볼까,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나의 판타집, 빈집 살래 1/2, 땅만 빌리지, 세컨 하우스 1/2 까지. 아직 방영중인 구해줘 홈즈와 세컨하우스 2를 제외하고 1회부터 최종회까지 적어도 한 번은 다 봤고, 어떤 회차는 적어도 3-4회를 시청했다. 이것들의 조합이 지금의 집에 대한 구체적인 내 생각을 만든 것은 맞다. 그런데 따기 뭐가 도움이 되었냐고 물으면, 꼭 집어 말하기 어렵다. 이 많은 시간투자를 하고 나 결론은... 아마도 스며들었겠지 ㅎ


내집 짓기를 시작할 때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누구에게 설계를 의뢰할 것인가이다. 저 프로그램에 나오는 용기 많고 솜씨 좋은 일부는 그 어려운 것을 배워가면서 혼자 다 했지만, 난 그럴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자신은 없다. 그래서 다시 집을 지을 맘은 없고, 반드시 남이 고생해 지어 놓은 것을 살 것이나, 다시 지어야 한다고 해도 설계는 내가 하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가 괜스리 전문가가 아니다. 전문가와 전문가 아닌 사람은 큰 곳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엔 모른다. 짓기 전에는 모른다. 그런데, 장담한다. 전문가는 세밀한 부분에서 다르고, 집은 전문가가 지어야 하자가 없다!!!!


저 많은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사실 예쁘고 부러운 집은 많았다. 그런데 한 집이 맘에 든다기 보다는 이 집에서는 거실이 맘에 들고, 저 집에서는 화장실이 맘에 들고, 다른 집에는 거실이 멋있었다. 그런데, 다행이도 난 그걸 그대로 조합하면 정말 어울리지 않는 조잡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현실감은 있다. 문제는 그 좋아하는 것들을 어떻게 잘 조합하는지 모른다는 것이지. 이런 것을 감이라고 하나? 하여간 감도 없지만, 자신도 없었다. 그걸 내가 다 조합해도 돈 낭비로 보이는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집짓기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나게 세심한 법과 규정이 있기 때문에, 원하는 것과 그 법과 규정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헛수고하기 십상이다. 뭐 이것도 시간 투자를 엄청나게 하면 될 것 같지만, 내 전문 영역에도 그 정도 투자하지 않는다ㅠㅠ. 내 일도 못하는데ㅠㅠ 내 것만 잘하자. 그리고 전문가는 존중하자!


그래서 TV에서 보고 주변에서 추천받고 인터넷으로 찾아 5명에게 설계 의뢰를 위한 미팅을 요청했다. 미팅은 다 좋았다. 그래서 실은 이걸 왜 했나 싶다. 이걸로 결정한게 아니고, 이미 결정하고 미팅을 했다. 그리고 어느 미팅도 우리 의견을 바꿀만큼 인상깊지 않았다. 그리고 30분간 뭘 알 수 있나 싶기도 하다. 비용을 받지 않으면 받지 않는대로 미안했고, 받은 경우는 비용을 들일만 했을까 의심스러웠고, 그리고 시간 잡기도 만만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경우에 집 주소를 알려주는데, 어떤 건축가는 우리집은 위치상 여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며 고사했다. 또다시 잘못 구입한 집터가 생각나게 만들기는 했어도, 만나서 시간 낭비하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그리고 그 많은 미팅을 하고 느낀 점은...결정을 바꾸기는 쉽지 않겠다는 것이다. 집짓기는 무에서 유의 창조이다. 무를 가지고 유를 상상하면서 하는 미팅. 확신을 가지기 아주 어렵다. 그래서 포트폴리오에 의존하기 마련이고, 포트폴리오는 이미 미팅 전에 나와있다. 그러니까, 미팅이 별로 impact가 없는 것이겠지. 


그런데 앞서도 얘기했지만, 실은 이건 틀린 과정이다. 먼저 설계사를 구하고, 그리고 그 사람이랑 집을 같이 찾는 것이 맞다. 그런데, 누가 이걸 해 줄 것인가? 건축사들은 이걸 기준으로 새로운 business plan을 만들어야 한다. 얼마전에 주택이 인기끌 것을 대비해 대기업에서 모듈러 주택 사업을 시작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주택이 대세가 될지는 몰라도 전문가는 땅 구입 이전부터 붙여주는 기획이 맞다. 사업자들. 참고하세요!! 뭐. 지금은...그냥 맘에 드는 사람 찾아가 계약 조건으로 넣자!. 그래야 내가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있는 적절한 땅을 사고 정해진 기간내에 적절한 비용으로 집짓기가 가능하다.


어쨌든 고르고 골라 최종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설계사가 가지고 온 우리집. 우리가 요청한 것, 뻥 뚫리고 독특하고 현대적이고 세련된 집. 다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딱히 맘에 안드는 것은 아닌데, 내가 산 땅에 어울리지도, 나한테 어울리지도 않은 집으로 보였다. 그리고 이걸 지으려면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많았다. 돼지목에 진주목걸이? 내 땅은 허접한데, 설계는 명품.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엎었다. 4개월의 시간과 비용을 거의 70% 지불하고 엎었다. ㅠㅠ


다음으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설계자+시공자 겸하는 전문가를 골랐다. 이건 그냥 우연히 본 그 전문가가 시공한 집이 깔끔하게 보였다는 이유로. 그리고 설계비가 유명 건축가 보다 낮다는 이유로. 내가 산 땅에 어울리는 비용이라고 여겨졌다. 그리고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의 리스트를 모두 주었다. 그리고 제법 맘에 드는 집이 나왔다. 그렇게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런데, 또 엎었다. 이유는 주차장. 원래 내가 산 집에는 주차장이 없었다. 주차장을 안 만들고 있는 집을 대수선해서 살려고 했었다. 비용도 절감하고 시간도 줄이고. 이런 마음으로 집을 사고는 주변 공공주차 시설을 바로 신청했고, 이것 저것 하느라 어느새 1년이 지나서 신청자 신청리스트를 살펴보니, 헉. 거의 공공주차 신청자 순서가 변화가 거의 없었다. 103번? 이거 실화?? 공공주차 규정은 지역마다 다른데 이곳은 그냥 신청 순서대로 기다리는 시스템이었다. 아무리 오래 있어도 공공주차는 불가하다는 얘기이다. 주차 스트레스를 가져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또 엎었다. 6개월의 시간과 설계비를 다 날렸다. 


이제 집은 지하 주차장이 있는 신축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또 두번째 설계자와 열심히 설계를 다시 했다. 대수선에서 신축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까. 처음부터 새로 설계를 다시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물론 지난 번 경험으로 설계자도 우리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새로운 설계는 새로운 논의를 요한다. 그리고 여기서 몰랐던 점 어마하게 큰 요소 한 가지 지하. 그때서야 알았다. 지하를 파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을. 전체 설계가 다 바뀌어야 했고, 지하를 파면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 즉, 돌이 얼마나 있느냐 그 돌이 얼마나 큰가를 걱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하를 위해서는 굴토심의를 받아야 했, 심의를 받기 위해 큰 검사비를 들여 굴토 검사를 해야 했다. 그 뿐이랴. 땅을 파려면 굴착기 사용 비용이 드는데, 특히 돌이 나오는 경우, 이걸 절단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특히 많은 소음과 위험도가 증가로 옹벽이 필수이다. 그런데 이 옹벽 역시 굴착공사의 크기에 따라 종류도 다르고 비용도 엄청 차이가 난다. 이걸 미리 알았다면.ㅠㅠ. 시작하기 전에 왜 이걸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지??? 뒤로 돌리기는 이미 늦었고, 앞으로 진전만 가능하다. 그래서 계속했다. 자잘 자잘 계속 수정하긴 했지만 설계에는 2개월쯤 걸린 듯 하다. 그런데 건축허가 후 이런 심의로 약 5개월이 지나갔다. 헉. 너무 길다. 인내심 테스트이다. 


오늘의 레슨. 무엇을 어떤 집을 원하는지 분명히 하고 시작하자. 아무리 다른 집을 많이 봐도 내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하자. 많이 보고 다 찾아보고 그리고 오래 생각하자. 나는 어떤 집을 원하는가? 꼭 그 집이어야 하는가? 누가 그랬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나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면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고. ㅠㅠㅠ 착각하지 말자. 나는 예외가 아니란다. 왜 난 몸소 겪으면서 배울까?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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