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조차도 무지해서 더 쉽게 말했던
한국사람만큼 인종차별에 대해 무지한 나라가 있을까?
심지어 인종차별 없다는 집단착각이라도 생긴걸까
"유럽 가봐라. 한국은 인종차별 양반이더라."
"우리나라처럼 외국인한테 잘해주는 국가도 없다."
"우리나라만큼 인종차별 덜한 곳이 어딨다고. 우리도 영국, 미국 등 선진국 가면 인종차별당하는데…."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다룬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많이 달린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들은 우리가 인종차별을 심하게 한다고 본다. 믿고 싶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종 불평등이 심한 나라다. 2022년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총 85개국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인종 불평등이 심한 10개국을 발표했다. 한국은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카타르에 이어 4위 올랐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이런 일들은 고의적인 혐오라기보다 무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굳이 한국인의 인종차별에 대한 변을 하자면 단일국가였던 한국에서 자라면서 외국인을 별로 접해지 못해본 ‘사람’보다는 ‘국적’이나 ‘피부색’부터 떠올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다양한 사람과 함께 살아본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게 얼마나 가볍고 무례한지 실감할 기회도 없었고, 나조차도 몰랐었다.
외국에 나와서 내가 소수자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말 한마디, 농담처럼 던진 말 한마디가 얼마나 쉽게 사람을 밀어내고 상처 줄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이건 장애에 대한 시선과도 비슷하다. 한국에서 장애는 아직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보다 ‘도와줘야 하는 존재’ 혹은 ‘불편한 존재’로 먼저 보이는 경우가 많다. 뉴스나 기사로만 접하고 실제 사람과 마주칠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람보다는 ‘장애’, 이름보다는 ‘불편함’이 먼저 떠오른다.
고백하자면 나도 학창 시절에 장애인을 낮게 지칭하는 이상한 단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썼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인종차별도, 장애에 대한 시선도 결은 다르지만 뿌리는 비슷하다. 함께 살아본 경험이 부족하고 이미지로만 타인을 학습한 사회에서는 쉽게 ‘나와 다른 존재’를 규정하게 된다. 한국 사회가 나쁘다기보다 그저 오랫동안 단일한 세계에 익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상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 이제는 ‘몰랐다’ 뒤에 숨지 않고 ‘지금은 안다’라고 말한다. 나부터도 인종 그리고 장애 이전에 사람을 먼저 보는 연습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