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과 점프의 즐거움
영국에서 아이들과 자주 가는 공간 중 하나가 트램펄린 파크다. 한국의 키즈카페와 비슷하지만, 이곳에서는 보통 Soft Play 혹은 트램펄린 센터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Oxygen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이용하는 유명한 체인점 중 하나다.
얼마 전 아이들과 Oxygen에 다녀왔는데 시간이 끝나갈 즈음, 직원이 와서 곧 정리가 있을 거라고 안내했다.
아이들은 이미 신나게 뛰고 있었고, 조금만 더 연장할까? 생각하던 찰나
그때 직원이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부터는 Peaceful Session이에요.
이 시간은 자폐 스펙트럼이 있거나 감각 자극에 민감한 성인분들이 트램펄린을 좀 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명과 음악, 소리를 줄여서 운영해요.”
왜 ‘Peaceful Session’이 생겼을까
트램펄린 파크는 본래 음악이 크고 조명이 밝으며
여러 사람이 동시에 뛰는 공간이다.
많은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사람들은 점프하고 뛰는 활동을 특히 좋아한다.
몸을 흔들고 점프하는 동작이 감각을 조절하고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음과 빛, 예측하기 어려운 움직임 때문에 공간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해당 트램펄린 체인은 누군가를 제외하기보다, 환경을 조정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그 결과가 바로 Peaceful Session이다.
누군가에게는 놀이가,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되는 공간
이 시간에는 음악을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낮추고, 조명은 부드럽게 조정하며, 입장 인원도 제한한다. 놀이를 줄인 게 아니라 자극을 줄인 것에 가깝다.
그래야 자폐 스펙트럼이 있거나 감각에 민감한 사람들도 자기 속도로 트램펄린을 이용할 수 있다.
Peaceful Session은 누군가를 구분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같은 공간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열어두는 배려였다.
신나게 자유롭게 트램펄린을 뛰는 성인 오티즘분을 보며 한국에서 가르쳤던 자폐스펙트럼 친구들에게도 이런 공간과 시간이 별도로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