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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Mar 18. 2023

꿈의 지평선

우유니 사막

  우유니 사막. 남아메리카 볼리비아에 있는 소금 사막. 내 환상이 비치는 곳이다.

 몇 년 전 누군가 그린 그림 한 장을 보고 알게 됐다. 그림 속에 펼쳐진 투명한 호수로부터 바람이 불어오는 듯했다. 비현실적인 경관에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지구 저편에 실제하고 있었다. 볼리비아의 포토시주 서쪽 끝. 지각 변동으로 솟아올랐던 바다가 빙하기를 거쳐 이만 년 전부터 이 지역에 소금 사막이 만들어졌다. 강수량이 적고 건조한 기후로 인해 오랜 세월 동안 물은 증발하고 소금만 남았다. 추산되는 소금 총량이 백억 톤이나 되는 세계 최대의 소금 사막이다.


 우유니 사진을 찾아보고 가슴이 뛰었다. 우기의 우유니 사막은 잔잔한 호수가 된다. 소금 호수는 하늘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다. 새하얀 구름과 새파란 하늘이 바닥에서 찰랑거린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진 지평선이 아득하다. 바다의 아득함과는 다른 신비다. 소금 호수를 직접 내 눈에 담고 그 땅을 밟아보는 게 곧 내 꿈이 되었다.


 처음 그 꿈을 품었을 때 나는 대학교 3학년이었다. 고기 집 알바를 하다가 쉬는 중이었는데 목표가 생기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바로 일을 시작했고 마침 남미에 가고 싶어 하던 선배와 투어를 알아보았다. 예상 경비는 오백만 원이었다. 대학생에게 너무 큰돈이었다. 하지만 우유니 사막에 갈 수 있다면 기꺼이 지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볼리비아, 페루, 브라질을 경유할 계획을 세웠다. 소금 사막뿐 아니라 마추픽추, 아마존도 가고 싶었다. 낮에는 학교, 저녁부터 밤까지는 알바로 힘들었지만 이국적인 남미를 상상하면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겨우 삼백 남짓한 돈을 모았을 때 생각지도 못 한 벽에 부딪혔다.

 부모님이 치안 문제로 남미 여행을 거세게 반대하신 것이다. 전문 투어 팀에 합류할 계획과 이미 무사히 다녀온 내 또래 여자들의 여행 후기를 들려 드렸다. 하지만 부모님의 자식 걱정은 결국 이기지 못했다. 아빠는 모은 돈을 전부 여행에 쓰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치열하게 설득했지만 접을 수밖에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완연한 ‘성인’이 되면 가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다음 해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팬데믹에 전 세계가 떠들썩해졌고 공항은 문을 닫았다.


 어느덧 졸업한 지 이년 째. 전염병은 대성황 중이고 나는 아직도 호수 사진을 품고 다닌다. 꿈을 미뤘던 게 후회되지만 언젠가 반드시 이룰 거라고 믿고 있다. 우유니를 포함한 또 다른 내 꿈들도.


 남미를 몇 번 다녀와도 될 정도로 돈을 모으고 있다. 다시 기회가 오면, 그날이 되면 주저 없이 떠나겠다. 막상 간 우유니는 생각보다 멋진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 지갑을 도둑맞을 수도 있고 해충과 고산병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계속 꿈을 꾸고 이룰 것이다. 그리고 또 다음 꿈을 꾸며 살아가겠다. 꿈의 절정은 이룰 때가 아니라 처음 품을 때인지 모른다. 어쩌면 꿈은 소금 호수의 지평선처럼 끝이 없는 것이라 바라만 보며 살아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경계 없는 아득한 지평선은 분명 아름답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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