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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속 작은 은하

by 삐룡

만약 내가 구성 성단에 있는 어느 행성에 살고 있었다면 그 행성에서의 밤하늘의 풍경은 지구에서의 풍경과 무척 달랐을 것이다. 밤하늘은 무척이나 밝은 별들로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고 지구에서의 밤하늘보다 훨씬 화려하고 밝은 밤하늘일 것이다. 구상성단은 수십만에서 수백만 개의 별들이 매우 조밀하게 모여있는 천체로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떨어진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도 4.2광년이지만 구상성단에서는 평균 별사이의 거리가 0.13광년에서 0.16광년으로 매우 가깝다. 하지만 0.13광년은 1.23조 km로 초속 17km를 날아가는 보이저 1호 탐사선으로도 2,300년이 걸릴 만큼 먼 거리이다.

성단의 중심부로 갈수록 별들은 더욱 조밀하게 모여 있는데 어떤 별들은 서로 태양계 거리만큼 떨어져 있을 정도 가깝다고 한다. 이 정도 거리라면 이웃 별로의 유인 우주여행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별들이 가까운 만큼 이웃 별이 뿜어내는 강한 방사선의 노출 위험이 있고, 이웃 별의 강한 중력 탓에 행성이 모항성을 버리고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줄곧 "별들은 왜 이리 멀리 있는 걸까? 가까우면 이웃 별로 쉽게 여행할 수 있을 텐데" 하며 푸념을 늘어놓고는 했다. 근데 이제 보니 태양으로부터 별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가 강한 방사선을 맞으며 인근 별의 강한 중력으로 불안정한 궤도를 따라 방랑하는 걸 상상하니 아찔하다.
하지만 애초에 구상성단의 별들은 100억 년에서 120억 년 사이에 만들어진 별들로 당시에는 중원소(수소,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의 양이 부족하여 구상성단 내에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한다.
구상성단 속 안락한 행성에서 펼쳐지는 멋진 밤하늘의 풍경을 상상했지만 이는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우리 은하에만 150에서 158개의 구상성단이 있다고 한다. 큰 은하일수록 훨씬 많아서 안드로메다는 약 500개, 거대 타원은하 메시에 87은 약 13,000개의 구상성단이 있다고 한다. 각자 저마다의 은하의 중심을 돌며 떠돌아다니고 있다. 구상성단의 형성은 우리 은하만의 특별한 현상이 아닌 보편적인 현상이다.
구상성단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은하 속의 작은 은하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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