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는 수많은 은하가 있다는 것도 과거에 공룡이 살았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고 나도 그렇게 믿고 있지만 그 믿음이 확신의 영역에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 사실들이 나의 오감을 통해 현장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말이다. 여러 한계로 인해 나는 그 사실들을 볼 수도 만질 수도 들을 수 도 맛볼 수도 맡을 수도 없다. 현미경을 사용하기 전 미생물을 볼 수 없을 때도 그랬다. 시각의 한계로 인해 볼 수 없던 미생물들을 현미경을 통해 눈으로 직접 보게 된 순간 나는 "정말로 미생물이 있구나"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입 밖에 꺼내며 감탄했다. 미생물의 존재가 믿음의 영역에서 확신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어릴 적 바다를 처음 가보았을 때도 바닷물이 짜다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바닷물을 맛본 뒤에야 정말로 바닷물이 짜다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렇듯 내게는 아직 믿음으로만 남아있고 확신이 되지 못한 사실들이 이 세상엔 너무도 많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우주에는 수많은 은하가 있는 것도 과거에는 공룡이 살았었다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나는 우리 은하를 벗어나 은하간 공간에서 수많은 은하들이 펼쳐져있는 광경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고 과거 중생대로 가서 육식 공룡이 사냥감을 잡으며 포효하는 소리를 내 귀로 직접 듣고 싶다. 물론 이는 불가능하겠지만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보았던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믿음으로 남아있는 것들을 조금씩 확신으로 바꾸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