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마음에 바람도 쐬고 운동도 할 겸 길을 나섰다. 길을 걷다 보니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나비의 모습이 보였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몇 번의 파닥임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습이 참 차분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잠자리랄지 벌이랄지 다른 곤충들을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날개를 움직이고 있으니 "그래 저렇게 빠르게 날갯짓을 하는데 저 정도면 날아 줘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어느 정도 납득이 됐지만 나비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가볍게 날갯짓을 하며 날아다니는 나비가 문득 신기하게 느껴졌다. 나비의 날개가 비교적 넓어서 그런 걸까?
길을 걷다 보면 비둘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중 몇몇 수컷은 목 부분을 부풀려 몸집을 키우고 제자리를 돌면서 암컷에게 구애를 한다. 옆을 지나쳐도 살짝 흠칫하는 것 같긴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구애를 계속한다.
나무가 많은 숲 속으로 들어서자 회색의 집비둘기와는 다른 산비둘기가 보였다. 문득 산비둘기를 보고 있으니 "산비둘기는 집비둘기와 교배가 가능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교배가 가능했다면 북극곰과 불곰의 혼종인 그롤라 베어처럼 산비둘기와 집비둘기의 혼종인 예를 들어 갈색과 회색이 섞인 이전과는 생김새가 다른 비둘기가 보여야 할 텐데 그런 비둘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애초에 집비둘기가 산비둘기한테 구애를 한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본 적이 없다. 종간 격차가 너무 커진 나머지 서로 성적으로 끌리지 않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회색 비둘기는 무리를 지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산비둘기가 무리를 이루는 건 보지 못했다. 무리를 이루는 성향도 다른 것일까?
운동을 끝마치고 집으로 향하였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부부로 보이는 행인의 대화를 무심코 엿듣게 되었다. 여성이 "어머 이건 뭐지?"하며 묻자 남성은 무신경하게 "옥수수지"라고 답했다. 옥수수라고? 여기 하천 둔치에 옥수수가 있다고?
옥수수라고 답한 식물을 놀란 듯 보았지만 그곳엔 전혀 옥수수 같지 않은 갈대 비슷한 식물이 있었다. 근데 평범한 갈대와는 달리 생김새가 좀 특이하긴 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식물일까? 다음에 또 지나갈 일이 있다면 사진으로 담아서 gpt한테라도 물어봐야겠다.
운동을 하고 나니 그래도 집을 나올 때보다 불안감이랄지 후회랄지 부정적인 감정들이 다소 잠잠해진 것 같다. 햇빛을 받으면 뇌에선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운동을 할 땐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엔도르핀이 분비된다고 하니 부정적인 감정들이 잠잠해진 건 이런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땀을 식히는 시원한 바람도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번지는 맑은 하늘도 모두 기분이 좋은 이유는 결국 몸에서 분비되는 이런 물질들 때문인 것일까?
집을 나설 때 혹시 몰라서 현미경으로 관찰하려고 채집통을 챙겼지만 막상 나와보니 무언가를 관찰하고 싶다는 마음이 영 들지 않았다. 하천물이라도 담아갈까 했지만 그냥 그만두었다. 그렇게 빈 채집통을 지닌 체였지만 그래도 집을 나설 때와는 달리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