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는 수많은 별들이 있고 그 주위를 공전하는 수많은 행성들이 있다. 나는 수많은 행성들 중에서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고 지구 육지의 극히 일부 영역만을 밟아보며 살고 있다. 이 우주에는 내가 가볼 수 없는 곳이 너무나도 많은 건 슬픈 일이다. 분명 저 우주 어딘가에는 생명체들이 있을 것이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미생물부터 지적인 생명체까지 다양한 생명체가 있을 거라 믿는다. 우리 은하에는 태양을 포함한 별들이 2~4천억 개 존재하고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우리 은하를 포함한 은하들이 2조 개 존재한다. 그런 관측 가능한 우주도 전체 우주의 극히 일부라고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현기증이 날 정도로 별들로 가득한 우주 속에서 우리 지구만이 생명체를 품고 있다는 생각은 다소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나는 그런 지루하고 따분한 우주를 상상하고 싶지 않다. 이왕이면 생명체로 가득한 다채로운 우주를 상상하고 싶다.
과학자 칼 세이건도 우주 어딘가에 지적 생명체가 있을 거라 믿었다. 칼 세이건은 지적 생명체가 보이저 탐사선을 발견할 것을 대비하여 인류의 메시지를 실어 보내자는 제안을 하였다. 당시 제안을 할 시점은 발사를 몇 개월 앞둔 시점이었고 외계 지적 생명체가 인류의 메시지를 발견해 줄 가능성은 희박한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나사 국장인 리처드 트룰리는 이런 칼 세이건의 제안을 현실성 없다고 묵살하는 대신 승인해주는 선택을 하였다. 1977년 3월경에 골든레코드 프로젝트가 공식 승인되었고 보이저 탐사선은 그해 9월에 발사되었다. 6개월 정도 되는 짧은 기간 안에 골든레코드 제작을 완수한 것이다. 칼 세이건의 제안이 아니었다면 쪽지 없는 유리병이 바다에 던져지는 것처럼 메시지 없는 보이저 탐사선이 발사될 뻔했다. 이후 칼 세이건은 또다시 유별난 제안을 하였다. 보이저 탐사선이 해왕성을 지날 때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지구의 사진을 찍어보자는 제안이었다. 그 제안에 많은 반발이 일어났다. 카메라를 돌리면 태양빛에 장비가 손상될 수 있고 멀리서 찍은 지구 사진이 과학적으로 어떤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는 건 아니기에 굳이 카메라를 손상시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럴 가치가 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지속적으로 제안하였고 결국 나사 국장은 이를 승인해 주었다. 지금 보면 당시 나사 국장도 참 유별난 사람인 거 같다. 결국 이런 별난 사람들이 모여서 큰일을 해내는 것 같다. 그렇게 어렵사리 찍힌 사진이 바로 '창백한 푸른 점'이라 불리는 사진이다. 우주 공간 속 작게 빛나는 창백한 푸른 점을 통해 칼 세이건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을 보며 이런 말을 남겼다. (https://youtu.be/x-KnsdKWNpQ?feature=shared 유튜브 영상으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가 우리의 보금자리고 바로 우리입니다. 이곳에서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가 알고 우리가 들어 봤으며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람들이 살았습니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 우리가 확신하는 수천 개의 종교와 이념, 경제 체제, 모든 사냥꾼과 식량을 찾는 이들, 모든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모든 왕과 농부, 모든 사랑에 빠진 연인,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촉망 받는 아이,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스승과 부패한 정치인,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의 지도자,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이 태양 빛 속에 떠다니는 저 작은 먼지 위에서 살다 갔습니다. 지구는 '코스모스'라는 거대한 극장의 작은 무대입니다. 그 모든 장군과 황제들이 아주 잠시 동안 저 점의 작은 부분의 지배자가 되려 한 탓에 흘렸던 수많은 피의 강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저 점의 한 영역의 주민들이 거의 분간할 수도 없는 다른 영역의 주민들에게 끝없이 저지르는 잔학 행위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이 얼마나 자주 불화를 일으키고 얼마나 간절히 서로를 죽이고 싶어 하며 얼마나 열렬히 증오하는지, 우리의 만용, 우리의 자만심,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창백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우리 행성은 사방을 뒤덮은 어두운 우주 속의 외로운 하나의 알갱이입니다. 이 거대함 속에 묻힌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구해 줄 이들이 다른 곳에서 찾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지구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로는 생명을 품은 유일한 행성입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 종이 이주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다른 세계를 방문할 순 있지만 정착은 아직 불가능합니다. 좋든 싫든, 현재로선 우리가 머물 곳은 지구뿐입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 사람이 겸손해지고 인격이 함양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멀리서 찍힌 이 이미지만큼 인간의 자만이 어리석다는 걸 잘 보여 주는 건 없을 겁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 좀 더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칼 세이건의 제안 덕분에 그리고 이를 수용해 준 나사 국장 리처드 트룰리 덕분에 보이저 탐사선에는 골든레코드가 실리고 우리는 '창백한 푸른 점'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분명 과학적으로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한 건 아니지만 "지적 생명체가 인류의 메시지를 발견해주지 않을까?" 하는 재밌는 상상을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지구가 우주 공간 속 작은 점이라는 사실과 자만의 어리석음을 다시금 인식시키도록 도와주었다.
골든레코드에는 어떤 소리가 담겨 있을까?
골든 레코드의 한 면을 재생하면 여러 나라의 인사말이 나온다. 그중에는 고맙게도 우리나라 인사말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천둥과 파도, 새소리 등 지구에서 들을 수 있는 자연 속 소리들도 있다. 레코드의 다른 쪽 면을 재생하면 바흐와 모차르트 등의 클래식 음악과 여러 나라의 전통 음악 등을 들을 수 있다. 만약 그들이 이 음악을 듣는다면 인간과 같이 아름다움이나 즐거움을 느낄까? 아니면 시끄럽고 불쾌하다고 느낄까?
골든레코드에는 사진도 수록되어 있다. 연속으로 8밀리초마다 여러 주파수의 소리가 나오는데, 각 주파수는 한 장의 사진을 세로로 512조각으로 나누었을 때 하나의 세로줄과 같다. 각 주파수의 높은 진폭은 밝은 픽셀, 낮은 진폭은 어두운 픽셀을 나타낸다. 이 주파수들을 이미지로 변환하면 총 116장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사진들 속에는 우주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과 인간의 인체 해부 구조, DNA구조, 여러 생물들, 지구의 풍경 등이 담겨있다. 만약 그들이 이 사진들을 보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인간의 사진을 보고 징그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여러 지구 생물들의 모습을 보며 신기해할 수도 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음식을 먹고 무엇을 하는 걸 좋아할까? 그들이 사는 행성의 하루는 지구 시간으로 몇 시간일까? 그들이 사는 행성의 하늘도 푸른색일까? 혹시 그들도 다른 지적 생명체가 있을 거라 믿고 그들만의 메시지를 우주선에 실어 보냈을까? 우주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지 모를 그들을 상상하며 여러 의문들을 가져본다.
아래 링크 속 유튜브 영상은 골든레코드에 녹음된 여러 소리를 사용해 노래로 만든 melodysheep 채널의 영상입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들어서 여러분도 한 번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