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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곰아 어디 있니?

by 삐룡

현미경으로 마이크로 세계를 들여다볼 무렵부터 보고 싶었던 미생물이 있었다. 그 미생물은 물곰이라 불리며 네 쌍의 다리로 엉금엉금 움직이고 통통한 외관을 가지고 있어서 보고 있으면 꽤나 귀여운 생명체이다.
물곰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유명한데 유튜브에 물곰이라고 검색하면 썸네일에 "이래도 안 죽어?" 라든가 "지구 최강 생명체" 라든가 하는 등의 문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문구들은 조회수를 모으기 위해 다소 과장된 부분이 없진 않지만 물곰이 끓는 물에서도 살아남고 극지방과 매우 건조한 사막 그리고 진공인 우주와 방사능의 노출에서도 살아남는 걸 보면 유튜브의 이런 문구들이 그저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닌 것 같다.
물곰은 극한의 환경에서 탈수가사라 불리는 상태에 돌입하는데 이때 물곰은 머리와 8개의 다리를 몸 안에 넣고 몸을 공처럼 말게 된다. 그리고 세포 내부에선 물 대신 특수한 물질로 채워져 DNA와 단백질 등의 중요한 분자들이 부서지거나 뭉치는 것을 막는다. 나는 이런 놀라운 능력을 지닌 물곰을 코스모스라는 다큐를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당시 다큐에서도 물곰의 남다른 생명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이후에도 잊히지 않았고 현미경을 구매하자 자연스럽게 물곰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지구 곳곳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에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강물이나 토양 심지어 바닷물 등을 수집해 관찰할 때마다 "혹시 이번에는 물곰이 있지 않을까?" 하며 소소한 기대를 품었지만 그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계속 관찰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물곰 대신 다른 새롭고 신기한 미생물들이 나를 반겨준 덕분이다.
어쩌면 물곰을 관찰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예로 들자면, 강물을 작은 통에 담아서 게다가 그 작은 통에 담긴 강물을 스포이드로 뽑아 소량의 방울을 슬라이드 글라스에 떨어뜨려 관찰하기에 이는 최종적으로 전체 강물의 아주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 작은 영역 속에 물곰이 당연히 있을 거라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대부분 진공인 우주공간도 찬란한 별들로 가득하듯이 지구도 귀여운 물곰으로 가득할 것이다. 이런 희망을 가지며 언젠가 물곰을 보게 될 날을 소망한다.

- 물곰의 크기는 성체의 경우 가장 작은 것은 0.1mm이고 큰 것은 1.5mm 정도이다. 지금까지 1,000여 종 이상이 보고되었고 최근 국내에서 새로운 종이 발견 되었다. 주된 서식지는 물속이나 습기가 많은 이끼류 표면이지만 고온의 온천수, 극지방의 얼음 밑, 사막, 해발 6,000미터 이상의 히말라야 고봉, 심해 4,000미터에서도 발견된다. 조류나 곰팡이, 선형동물 등을 먹고살고 먹이를 먹을 땐 주둥이에서 바늘 같은 혀를 찔러 넣어 빨아먹는다. 대부분은 암수가 구분되어 있으나 일부 자웅동체인 종도 있다. 한 번에 10개 정도의 알을 낳고 배란 후 30일 정도 후에 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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