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서서 하늘 위에 뜬 지구를 올려다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왠지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다.그동안 품었던 온갖 걱정과 고민들이 광활한 우주속 저 작은 지구에서 있었던 일임을 깨닫게 해 줄 것 같다. 그리고 푸른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어잡생각도 사라질 것 같다. 지구에서 캠핑을 할 때 불을 보며 불멍을 하는 것처럼 달에서는 지구를 보며 지구멍을 하는 것이다. 달에는 대기가 없기에 밤에는 별들도 잘 보일 것이다. 만약 달에 누워 밤하늘을 본다면 시야를 가득 메운 수많은 별들의 광경에 내가 우주 속에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줄지도 모른다. 그런 기분은 지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기분을 살면서 딱 한 번 느껴본 적이 있다. 과거 군대에서 보초를 서던 중의 일이다. 그때 난 밤하늘에 가득히 수놓은 별들을 보고는 충동적으로 이 광경을 누워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소 근처 cctv가 볼 수 없는 곳으로 가서 총을 옆에 내려놓고 몸을 뉘었다. 그런 나를 본 후임이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고 나는 태연하게누워서 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황하는 후임에게 옆에 같이 누워보라고 권유했다. 이 엄청난 광경을 누구라도 좋으니까 나눠보고 싶었다. 하지만 후임은 거절했다. 아마 별이야 서서보든 누워서 보든 차이가 없는데 굳이 더러운 바닥에 누워서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결국 그 광경은 나 혼자만 보았다. 시야에는 초소도 가시철조망도 나무도 없이 오직 반짝이는 별들만이 가득했다. 마치 내가 우주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원래 우주 속에 있지만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며 살아왔다. 그런 기분을 달에서라면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과거 달에 처음 발을 밟은 닐암스트롱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두 번째로 발을 밟은 버즈 올드린은 어땠을까? 버즈 올드린은 두 번째로 달을 밟은 탓에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크게 좌절했다고 한다. 근데 당시 달로 떠난 세명 중 마이클 콜린스는 달 주위를 도는 커맨드 모듈에 남아 있어야 했기에 달 표면조차도 밟지 못했다. 달을 코앞에 두고도 가지 못했던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아마 나였으면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중력이 없어서 눈물은 떨어지지 않고 눈에 붙은 체 점점 커져 이내 시야를 가렸을 것이다. 그래도 마이클 콜린스는 달 주위를 도는 커멘드 모듈에 남은 덕분에 최초로 달의 뒷면을 본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 아무튼 달에 착륙한 두 명의 우주비행사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 반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 주어진 시간 동안 성조기를 세우고 토양 샘플과 암석을 채집하고 실험장비를 설치하는 등 체계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그들에겐 달에서 걸으며 사색을 하거나 유쾌한 놀이를 즐길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이후 다른 우주비행사들은 달에서 재밌는 놀이들을 많이 했다. 아폴로 14호의 프라 마우로는 달에서 골프를 쳐서 골프공을 40야드까지 날려 보내기도 했고 아폴로 15호의 데이브 스콧은 달에서 1.3kg의 망치와 30g의 깃털을 1.6m 높이에서 동시에 떨어뜨리며 갈릴레오의 자유낙하 실험을 하기도 했다. 만약 나는 달에 간다면 무엇을 할까? 달에 간다면 나는 축구공을 가져가서 얼마나 멀리 날라가는지 차보고 싶다. 중력이 지구의 1/6인 달에서 높이 뛰기를 하면 몇 미터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측정해보고 싶고 낭만 있게 달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고 달토끼처럼 절구와 공이를 가져가서 떡방아도 찧어보고 싶다. 그 밖에도 여러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다. 지금은 그저 상상으로만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누구나 한 번쯤 마음만 먹으면 달에 가볼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올 것이다.
- 이 사진은 커멘드 모듈에 홀로 남아 있던 마이클 콜린스가 찍은 것으로 한 명만 빼고 온 인류를 담은 사진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