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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룡 Oct 25. 2024

숨쉬는 식물

얼마 전 이름 모를 식물의 잎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다가 공변세포를 발견하였다. 입술 같기도 하고 복숭아를 반쪽으로 잘라 놓은 거 같기도 한 공변세포를 보면서 여러 의문들을 가졌다. 의문들을 해소하기 위해 구글에서 정보들을 찾아보았다.


우선 기공은 어떤 원리로 열리고 닫히는 걸까 궁금했다. 근육세포의 수축으로 사람이 입을 열고 닫는 것처럼 공변세포도 그런 수축하는 무언가 덕분에 기공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걸까? 하는 상상을 했다.
알아보니 공변세포가 열리고 닫히는 원리는 단순했다. 공변세포는 주변 표피세포로부터 물을 흡수하며 팽창하는데, 이때 안쪽 벽은 두껍고 바깥쪽 벽은 얇아서 바깥쪽의 얇은 벽이 더 많이 늘어나 자동으로 바깥쪽으로 휜 모양을 한다고 한다. 내가 사람의 입과 빗대어 상상한 방식보다 훨씬 단순했지만 그래서 더욱 효율적인 것 같다.



근데 그렇다면 공변세포는 주변 표피세포로부터 어떻게 물을 흡수하는 걸까? 식물의 기공은 주로 낮에 열리고 밤에 닫힌다고 하는데, 빛의 자극을 전달받고 공변세포가 물을 흡수하도록 하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우선 잎이 햇빛을 받으면 공변세포 속 녹말이 분해되어 이름도 어려운 '포스포에놀 피브루산'으로 변한다고 한다. 이 '포스포에놀 피브루산'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말산이 되고, 말산은 분해되어 음전하를 띤 사과산염이 된다고 한다. 이런 음전하를 띤 사과산염이 많아지면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주변 세포로부터 K+칼륨 이온이 공변세포 안으로 들어오고 이로 인해 삼투 현상으로 물이 공변세포로 흡수된다.

그리고 기공이 닫히는 원리로는 식물이 수분이 부족해지면 앱시스산이라 불리는 ABA가 뿌리와 엽육조직에서 만들어지는데, 이 앱시스산이 공변세포의 앱시스산 수용체에 붙으면 칼륨 흡수 채널은 억제되고 칼륨 방출 채널은 활성화된다고 한다. 이로 인해 공변세포 속 물은 삼투 현상으로 빠져나가 기공이 닫히게 된다.

공변세포가 열리고 닫히는 원리가 단순하다고 말했는데, 아무래도 그 말은 취소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는 축약된 내용이며 실제 작동 원리는 더 복잡하고 어려웠다. 정보들을 보며 최대한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그저 지금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기공이 그냥 단순하게 열리고 닫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일련의 복잡한 과정들이 숨어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문은 식물은 어떻게 기공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쉬는 걸까 궁금했다. 사람처럼 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숨을 쉬는 걸까?
알아보니 잎 속에는 세포들이 살짝 서로 떨어져 엉성하게 배치되어 있는 해면조직이 있는데, 이런 간극 덕분에 세포 사이사이로 공기가 드나든다고 한다.

기체는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고 하는데, 기공을 통해 잎 속으로 들어간 이산화탄소가 광합성으로 사용되면 잎 속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바깥쪽 보다 낮아져 이산화탄소는 들어오게 되고, 반대로 산소는 광합성에 의해 생성되어 잎의 안쪽 산소의 농도는 상대적으로 잎의 바깥쪽 보다 높아져서 농도가 낮은 바깥쪽으로 배출된다. 사람의 폐 같은 기관이 없어도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이전에는 무신경하게 보고 지나쳤던 식물들도 이제는 생각보다 놀랍고 복잡한 존재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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