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태어나기 전 나의 할아버지는 6.25 전쟁에서 여러 번 죽을 뻔했다고 했다. 바로 머리 위로 총알이 날아간 적도 있었고 근처에서 폭탄이 떨어진 적도 있었다고 했다. 만약 그 총알이 조금만 아래로 조준해서 발사됐다면 만약 그 폭탄이 조금만 가까이 떨어졌다면 그때 할아버지는 죽고 아버지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이런 죽을 고비는 비단 나의 할아버지에게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나의 과거 수많은 조상들에게도 역경과 죽을 고비는 정말 많았을 것이다. 그럼 나의 조상들은 어떤 죽을 고비들을 넘겼을까?
4만 년 전 나의 조상은 동물을 사냥하다가 크게 다쳐서 죽을 뻔했을 수도 있다. 400만 년 전 나의 조상은 먹을 것을 구하다가 검치호나 악어에게 잡아먹힐 뻔했을 수도 있다. 1억 년 전 쥐라기엔 공룡들에게 쫓기다가 가까스로 좁은 굴에 숨어서 목숨을 연장했을 수도 있고,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엔 괴상하게 생긴(괴상하게 생긴 건 당시 나의 조상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노말로카리스의 추격을피해 간신히 헤엄쳐 도망갔을 수도 있다. 그리고 96% 종이 멸종한 폐름기 대멸종을 포함한 5번의 대멸종에서도 살아남았으니 정말 대단하다. 이처럼 지금까지 나의 조상들은 죽을 고비가 정말 많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내가 이렇게 존재하는 건 기적이 아닐까? 38억 년 전 최초의 생명에서 지금의 나까지 한 번도 끊기지 않고 대가 이어져 온 것은 기적이 아닐까?하는 생각들을가져본다.
탄자니아 라이톨리에 찍힌 360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발자국
- 라이톨리에 찍힌 이 발자국의 주인이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의 조상일지도 모른다.
피카이아
-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크기 4cm의 새끼손가락 보다 작은 귀여운 생물이다. 초기의 척삭동물 중 하나로서 척추동물의 조상격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어쩌면 인류의 조상일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