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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함과 다정함을 품은 가장, 바흐

질서와 위로의 변주곡

by 소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바흐는 흔히 ‘음악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 이름에는 음악사의 근간을 다져놓은 위대한 업적뿐만 아니라 모든 음표 하나하나에 깃든 경이로운 질서와 심오한 본질이 담겨 있는 듯하다. 칭호처럼 바흐는 화음의 조화와 연결을 체계적으로 다룬 화성학, 그리고 여러 독립된 선율이 어우러지는 작곡 기법인 대위법을 발전시키며 서양 음악 전반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그의 음악은 복잡한 논리 속에 따뜻한 인간미를 숨기고 있으며,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를 노래하는 듯, 듣는 이로 하여금 깊은 사색과 감동을 느끼게 한다.


바흐 -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Prelude(BWV 1007) / Yo-Yo Ma


그의 대표곡 <무반주 첼로 모음곡(BWV 1007)>은 클래식의 구약성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전까지 보조적인 반주 악기에 불과했던 첼로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독주 악기로서의 가능성을 규명해낸 이 명작에는, 한 악기로 다채로운 감정과 선율을 표현해내는 바흐의 탁월한 대위법적 재능이 집약된 결정체이다. 오직 첼로 한 대가 빚어내는 심원한 소리는 마치 평온한 오후 집안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자장가 소리처럼 따스한 위안을 준다.


바로크 시대의 악기인 하프시코드(피아노의 전신), 오르간.


이렇듯 바흐의 작품들은 음악 구조와 표현 양식을 체계적으로 정립하였으며, 이는 후대의 음악적 토대를 다지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러한 업적에 비추어 볼 때 그는 수많은 음악적 계보의 원류로써 가히 ‘음악의 아브라함이라 칭송할 만하다. 다만, 한편으로는 그 경건한 수식어 탓에 그의 작품들이 무겁고 엄숙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대표적 예인 <토카타와 푸가 D단조>는 장엄한 오르간 전주로 시작해, 마치 부고를 알리는 듯 비탄의 음률과 기계적인 반복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바흐의 음악 세계는 그야말로 다채롭고 심원하다. 그것은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가 그러하듯, 한 가지 얼굴로는 정의할 수 없는 삶의 총체와 같다. 사람의 마음을 어찌 흑백으로만 나눌 수 있으랴. 때로는 엄격하고, 때로는 다정하며, 기쁨과 슬픔을 모두 품은 바흐는 다층적인 인간의 내면을 악보로 옮길 줄 아는 진정한 거장이었다.


독일 아이제나흐에 위치한 바흐 생가 겸 박물관.


바흐의 이러한 면모는 실제로 그가 자애로운 가장이었다는 사실과도 맞닿아 있다. 음악가로서 바쁜 일상을 살면서도 열일곱 명의 자녀를 사랑과 책임감으로 보살피며 가정의 중심을 지켰고, 가족 간의 따뜻한 유대와 일상을 소중히 여겼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작품 곳곳에 스며 있다. 세속 칸타타와 골드베르크 변주곡 등 바흐의 다양한 작품 속에서는 그의 평소 이미지와 대비되는 유쾌함과 따뜻함, 장난기까지 생생히 엿볼 수 있다.


바흐, 커피 칸타타(BWV 211). 마치 연극을 하듯 커피잔을 든 채 노래 부르는 소프라노의 모습이 재미있다.


이처럼 바흐의 음악은 엄격함 속에 다정함을, 그리고 위트를 함께 품고 있기에 그를 ‘음악의 아버지’라 부르는 것은 단순한 수사(修辭)를 넘어 삶의 깊이와 진심을 담아낸 거장에 대한 경의라 할 수 있다. 그의 곡진한 음악은 우리에게 영원한 안식처이자 배움의 터전으로 남을 것이다.




추천곡

-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 1악장(Brandenburg Concerto No. 5, BWV 1050)

-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 중 제 1번, 전주곡 다장조 (Prelude in C Major, BWV 846)

-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 BWV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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