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팔뚝을 데었습니다. 많이 따갑더라고요. 얇은 팔뚝에 불그스름한 상처가 생겼습니다. 따끔따끔.
여름이라 반팔 옷만 입어서 다행일까요? 상처가 옷에 스칠 때마다 신경 쓰입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걱정하는 게 조금 부담스럽네요. 흉터가 지지 않을까 싶어 연고를 발라 두어야겠습니다.
아, 몰랐어요. 아파서 따끔거리는 상처보다 다른 이들의 걱정이 더 불편한 것을요.
내 상처는 사실 참아내면 그만인데요. 허허.
그리고 걱정할만큼 아프지도 않고요. 다들 엄청 아플 거라 생각하나 봐요. 괜찮은지, 아프진 않은지, 흉 지면 안 된다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내가 조금만 조심했더라면 이런 귀찮은 일도 없었을 텐데요. 후회해 봤자 이미 늦었지만요.
어차피 내 팔뚝은 점점 나아질 걸 전 알고있어요.
원래 상처라는 게 그렇잖아요? 처음에는 정말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괜찮아지니까요. 우린 모두 알고 있어요. 그건 비단 몸의 상처뿐만 아니라 마음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여러분도 상처가 조금 아물면 이젠 남들의 관심이 더 불편해질 텐데요.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지 않는 것 같아요. 한여름에 긴팔 옷을 꺼내 입을까 진지하게 고민이 됩니다. 같은 이유에서죠.
인터넷에서 봤는데요. 상처가 아물어 갈 때 딱지가 생기면 손으로 건드리면 안 된대요. 그러면 흉터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딱지를 참지 못하고 떼버렸어요. 나도 모르게 제 상처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잊어버리고 깜빡하고 지내다 보면 다 나을 텐데, 저는 참을성 없이 제 딱지를 다시 떼어내 버립니다. 결국 상처는 흉터로 바뀌겠죠.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마음에 흉터가 생기면 언제까지나 그 마음을 다른 이들에게 숨겨야 할지도 몰라요.
한여름에도 긴팔 옷을 입어야 할지도 모른다고요. 따뜻한 햇볕 같은 관심에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긴팔 옷을 입어야 해요. 생각만 해도 답답하네요.
상처의 적당한 고통이 삶을 살기 불편하게 하더라고요. 계속 신경 쓰이게 해서 불편해요.
그래도 모른 척하려고 애쓰는데, 가끔은 조금 힘들 때도 있어요. 여러분은 잘하시나요? 저는 항상 스스로를 어린애 같다고 느껴요.
이제는 몸의 상처는 어른스럽게 잘 무시하게 되었는데, 아직 마음의 상처엔 어린아이처럼 대처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가끔은 내 감정과 마음을 너무 모른 척하는 것도 좋지만은 않다고 느끼기도 해요. 그걸 아프지 않다고 하기엔 아픈 건 아픈 거니까요.
아물 때까지만은 그래도 조금 참아봐야겠죠?
꺼내 놓았던 긴팔 옷을 다시 옷장에 집어넣었습니다. 상처도 햇볕을 조금 쬐어 주고 싶기도 하고… 아무래도 날씨가 너무 덥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