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괴로움과 외로움의 균형감각

단감밭에서 얻은 교훈

by 남다정

인간관계에서 ‘친함의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는 어쩌면 ‘얼마나 치댈 수 있는가’ 일지도 모르겠다. 쉬이 남들에게 드러내기 어려운 나의 약점을 보여주어도 평가하지 않을 사람인가, 내가 시간을 요구할 때 ‘이기적이라고 욕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인가, 그리고 그런 요구가 상대에게 어느 정도 수용될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이 친밀함의 척도가 될 것이다.


관계의 선이 확실하고 혼자의 공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타인과 쉽게 가까워지지 못한다. 상대를 외롭고 서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해서 먼저 다가가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관계가 유지되는 선희나 시영선생님이 이런 성향의 사람이다. (말하자면 회피 성향을 지닌 유형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관계의 경계가 거의 없고 서로의 사적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람과의 관계도 쉽지 않다. 서로를 괴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는 가족 같은 애정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지만, 마음이 맞지 않거나 오해가 생기면 순식간에 파국으로 치닫기 쉽다.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서로 쏟은 정성이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언이와 지희언니는 이런 유형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결국 인간관계는 외로움과 괴로움 사이의 절묘한 균형 맞추기이다. 혼자면 외롭고, 함께면 괴롭다. 외롭지도 괴롭지도 않은 지점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것은 나 혼자가 아니라 상대와 함께 맞추어야 하는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여기에 ‘애정’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면 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삶의 괴로움과 즐거움은 언제나 관계에서 시작되고, 관계에서 끝난다. 관계 덕분에 즐겁고 관계 때문에 괴롭다. 이것이 곧 삶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혼자서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삶보다는 함께 괴롭고 함께 즐거운 삶이 낫다는 것이다. ‘고락(苦樂)’은 반드시 함께 온다.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괴로울 때 조금은 덜 괴로울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