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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음주가무 Jan 27. 2023

[음주가무의 캠핑여행⑫]

‘멋’과 ‘흥’의 고장 진도에서 만난 보배로운 순간


진도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 진도·상조도·하조도·가사도 등 45개의 유인도와 185개의 무인도 등 모두 230개의 섬으로 이뤄진 고장으로 섬 하나하나가 보배같이 귀한 곳으로 천혜의 자연과 함께 오랜 문화와 역사가 숨 쉬는 곳이다. 진도는 민속문화의 보고와도 같은 곳으로 시서화창(詩書畵唱, 문학·서예·그림·국악)에 많은 인재가 배출된 곳이다. 사방을 둘러싼 아름다운 산과 들과 바다를 벗 삼아 지내니 어찌 예쁜 그림과 멋진 시 한 구절이 절로 나오지 않았겠는가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곳에는 홍주라는 아주 훌륭한 벗까지 함께한다.



◆시서화창의 고장, 보배로운 섬 진도의 명주 ‘진도홍주’



진도홍주는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토속명주 중 하나다. 고려시대 중산층에서 전통비법으로 빚어온 가양주로 넉넉한 집안이나 양반가에서 많이 빚어 마셨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지초주’라 불렀으며 진상품으로 인정받았을 정도로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진도홍주가 처음부터 전국적 인기 민속주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유배지로 적합한 땅끝 섬 진도에 학문이 높고 풍류를 아는 수많은 선비들이 유배를 오면서 자연적으로 진도에는 문학과 음악이 발달했다. 더불어 진도홍주는 유배 온 선비들에게 현실의 아픔과 암담함을 잠시 잊게 하였다는 술로 알려지면서 그 맛과 효능이 구전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다행히 유배가 끝나 다시 한양으로 돌아가서도 타향살이 외로움을 덜어주던 홍주의 맛이 그리웠을 것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제조법은 구전으로 떠돌다 1990년대 초 전남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연구와 개발로 현재의 진도홍주의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진도홍주의 원료인 지초는 경상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만나볼 수 있지만 대량으로 야생에서 구할 수 있는 진도지초는 타지역 지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효능이 좋아 민간요법의 약재로 널리 사용됐다고 한다. 지초는 주로 나무 그늘 아래서 생육되며 공기 좋고 서늘하고 밤과 낮의 기온차가 큰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염색에도 쓰고 술을 내릴 때 천연식용색소로 이용하며 화상·동상·동맥경화·고혈압 치료에도 쓰인다. 진도홍주로 마실 경우 설사·복통·위장병·신경통증에 효능이 좋다. 특히 장기복용 시 정력 강화에도 그 효능이 탁월하다고 전해진다.



홍주(지초주) 제조법은 이렇다. 찐쌀이나 보리에 누룩, 물을 혼합하여 숙성한 증류주에 지초뿌리를 통과시키면 붉은빛의 술이 탄생된다. 항아리에서 약 12~15일 정도 발효 후 가열하고 예열된 솥 위에 소숫고리를 올리고 증류된 술을 지초를 침출하는 과정이라 하겠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진도홍주는 진도의 3락(진도홍주, 민요, 서화)중 하나로 인정받으면서 진도아리랑의 노래가락과 더불어 진도에서 풍류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진도대교를 넘어서면 바로 진도홍주의 메카 대대로영농조합법인(진도홍주는 현재 4개의 양조장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술을 빚어 판매하고 있다) 양조장이 눈에 들어온다. 1993년 진도군 최초로 진도홍주 면허 획득, 1995년 제조면허를 취득 후 1998년 (주)진도홍주에서 현재 회사명인 대대로영농조합법인이 설립됐다. 구전으로 전해 내려온 진도홍주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던 시기와 맞물려 면허를 획득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지만, 계승자는 훨씬 전부터 진도홍주에 대한 연구와 개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고 한다.



한때 시인으로도 활동했다는 여성기업인 김애란 대표는 진도 출신이지만 홍주의 진가를 알고 당시 (주)진도홍주 인수 후 홍주의 제조법 개선 및 고급화 연구를 시작했다. 보수적인 민속주 시장에서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꾸준함으로 진도홍주의 고급화와 인지도를 끌어 올렸고, 특히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지인들 추석선물로 선택한 홍주 ‘만홍’이 2012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장려상, 2014년 남도 전통술 품평회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진도홍주는 전국적인 민속주로 사랑받게 된다. 이런 성공 뒤에는 기본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또 해외판로 개척하는 등 김 대표의 피와 땀이 녹아 있다. 홍주 1년치 생산량 만큼의 진도쌀을 현금으로 미리 수매하는 등 지역경제 살리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진도를 대표하는 홍주는 일단 도수가 높다. 최저 35도에서 최고 40도까지 고도주의 참맛을 다양한 도수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홍주는 첫맛은 강하고 묵직하지만 입안에 맴도는 부드러운 향과 목 넘김이 좋고, 강하고 진한 여운이 오랜 시간 남아 외국인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민속주이다.



홍주를 스트레이트로 즐기는 것도 좋지만 칵테일로도 많이 활용한다. 언더락잔에 얼음과 함께 음미해도 좋고 스포츠음료나 과일주스 등과 믹스해서 마셔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건강미 넘치는 술이다.



또 이곳 양조장은 농림부 지정 ‘2015년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어 우리술 전통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편안하게 견학과 체험이 가능한 쾌적한 양조장으로 인정을 받았다. 여행으로 진도를 방문한다면 꼭 이곳을 들러 진화하고 있는 진도홍주의 다양한 주종들을 경험하며 천년 역사의 맛을 느껴보자.



진도는 남쪽에서도 끝자락에 있다. 진도항(팽목항)과 셋방낙조 그리고 진도홍주로 대표되는 진도는 야영장법 시행 후 영업하는 캠핑장이 없다. 물론 1년 기준 4개월 정도 영업할 수 있는 해수욕장 야영장을 제외하곤 정식으로 등록된 사설캠핑장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술 파는 주막이 아닌 ‘정’을 나누는 한옥 ‘남도주막’



하지만 야영의 즐거움을 대신할 멋진 ‘남도주막’이 있다. 남도주막은 얼핏 이름만 보면 술집으로 오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 한옥양식으로 지어진 숙박업소로 정통 게스트하우스로 보면 되겠다. 주막 입구에서 마중하는 ‘파도가 명창, 바람이 고수 세월도 쉬어가는 남도주막’이라는 글귀처럼 파도와 바람 그리고 낭만을 경험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과 한옥이 품어주는 넉넉함이 편안한 쉼터를 제공해 준다.






또 넓은 마당과 고향집에온 듯한 아담한 처마 밑은 옛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주인장의 친절한 배려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이다. 남도주막은 주막동인 안채와 민박동인 사랑채로 나뉜다. 민박동은 6명 이하 기준이며, 주막동은 10인 이상 사용 가능한 큰 사이즈 이고 내부는 현대식 편의시설과 주방이 갖춰져 있어 불편함이 없다.



특히 본체 앞마당은 주인장의 동의하에 작은 텐트를 설치할 수 있어 바이크 또는 백패킹으로 진도를 방문하시는 손님들에게 숙소가 될 수 있다. 저녁이면 옹기종기 모여 간식거리를 나눌 수 있는 평상과 셀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별과 주막을 지키는 진돗개 두 마리의 애교는 남도민박의 자랑거리이다. 숙소 주변에는 쌈지공원이 있어 이른 아침 물안개를 맞으며 즐길 수 있는 트래킹이 가능하고,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 남도국악원 관람과 세방낙조의 웅장한 일몰 감상 등도 이곳에서만 제공되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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