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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음주가무 Jan 25. 2023

[음주가무의 캠핑여행⑪]

‘의라차차’ 기운 넘치는 여행의 벗을 만난 전북 정읍


우리의 과실주는 외국의 술과는 빚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외국에서는 가장 당도가 좋을 때 딴 과일(포도)를 가지고 술을 빚지만 우리의 경우는 쌀과 과일을 혼합해 빚는 방식을 채택, 과실의 부족한 당을 곡물로 보완한다. 외국은 포도를 이용한 와인이 대부분이지만 국내는 다양한 과일을 가지고 만드는 과실주가 있어 더욱 풍요로운 술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오디, 머루, 복분자까지 자연에서 자연발효되어 만들어졌던 가장 긴 역사를 가진 과실주 한 모금으로 여행의 피로를 날리고 달콤함을 삼켜본다.



◆내장산 기운 받은 복분자의 고향 정읍에서 만난 달콤함



한적한 오후 찾은 전북 정읍의 풍경은 차분함 그 자체다. 멀리 산지가 둘러싸고 있지만 주로 평야와 구릉지로 이뤄져 있다. 정읍은 내장산국립공원이 인접해 있어 한적하게 자연을 즐기는 여행자들에게 트래킹 코스로 최적인 곳이다. 멋진 기암괴석과 계곡 그리고 유적지와 사찰 등 주변에는 수많은 볼거리와 쉴거리로 4계절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술기행자는 물론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내장산 복분자의 효능 때문일 것이다. 전북 고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 명성은 복분자의 싱싱함과 당도 등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품질을 보여준다. 국내 과실주 중 필자가 가장 선호하는 내장산 복분자의 위엄 지금부터 만나보자.





과실주는 인류가 마신 술중 가장 오래됐다. 과실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동물에 의해 상처를 받으면 과즙이 나오면서 자연상태에서 발효가 돼 알코올을 생성시켜 과실주가 탄생된다. 아마도 인류는 이렇게 자연발효된 과실주를 첨으로 마셨을 것으로 추측되며 또한 그렇게 술을 빚는 방법이 발전되면서 지금의 다양한 술 문화를 정착시켰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국내에 소개된 시기는 언제쯤일까. 문헌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고려시대 ‘한림별곡’이나 ‘고려사’ 등에 과실주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고 조선시대에는 과실주 제조법과 종류 등이 실린 문헌들이 많이 발견되는 걸 보면 역시 조선시대에 가장 활발하게 과실주를 빚어 즐겼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실주는 주로 포도를 가지고 많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 전해진 과실주도 포도주가 가장 먼저 도입이 됐다고 하니 그것을 발판으로 다양한 과실주가 국내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외국의 사례와는 다르게 국내의 과실주 제조법은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멥쌀 혹은 찹쌀과 누룩, 과일즙을 넣어 빚어 완성시킨다. 과실의 부족한 당도를 쌀을 통해 보완해 준 것이다.






내장산 복분자뿐만 아니라 전북 고창 등에서 생산되는 복분자는 당도가 포도보다 높지 않아 당도를 맞추기 위해 인위적인 첨가물(주정)이 투입된다. 정읍에서 재배된 복분자는 내장산의 바람과 정기를 받고 재배되는데 내장산의 땅은 천연 미네랄과 게르마늄이 풍부하다. 서해안 해풍을 맞고 자라 타지역 복분자보다 당도가 높고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초기 발효 진행에는 건조효모를 이용하고 발효 시작 후에는 복분자 자체에 포함된 여러 야생호모의 발효를 유도, 25℃ 미만에서 40일 이상 저온 발효해 고유의 향을 보존하면서 색소침출의 효율을 높여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5℃에서 제품을 냉각 장기숙성의 장점을 살리고 침전을 미리 유도해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등의 정성을 쏟는다.



복분자(覆盆子) 뜻을 풀이하면 먹으면 동이를 뒤집어 놓을 정도로 정력이 좋아진다는 의미로 그만큼 남자의 정력강화와 여성갱년기치료, 여성불임 예방에도 좋고 또한 피로회복, 뇌기능 향상과 피부미용 및 시력 향상에도 좋다. 복분자주뿐 아니라 복분자원액을 꾸준히 복용해 마시면 성인병 예방이나 아이들 뇌기능 향상에 상당히 좋은 과실로 검증되어 있다.



내장산 복분자의 맛은 어떨까. 복분자주는 먼저 아주 진한 붉은 색상에 반하게 된다. 붉은색이 강렬해 시각을 자극하고 코끝 깊숙이 느껴지는 복분자의 향과 부드럽고 달콤한 첫맛은 내장산복분자주가 왜 고창복분자주와 함께 사랑을 받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특히 여성 애주가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니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복분자주와 궁합이 맞는 안주로는 장어를 꼽는다. 캠핑장에서 즐긴다면 어울리는 안주로는 제주흑돼지로 만든 둠베고기와 부추가 들어간 육류를 추천한다.






◆명품 과실주가 빚어지는 곳 ‘내장산복분자영농조합’



아기자기한 북면 장학길에 위치한 마을을 지나면 거대한(?) 복분자 생산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복분자주는 물론 복분자를 재배해 저온숙성 시킬 수 있는 대규모 창고 등이 한자리에 모여있어 복분자주를 가장 좋은 조건에서 빚을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내장산 일대에서 재배되는 산딸기와 복분자를 복분자주로 가공하는 ‘내장산복분자영농조합’이다. 복분자주가 대중화가 되기 전인 1997년 영농조합으로 설립돼 각 가정에서 가양주로 담궈 마시던 복분자주를 현대적 시설과 새로운 발효기법을 활용해 더욱 업그레이된 복분자를 생산하고 있으며, 복분자 재배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농가의 수익도 증대시키고 또 품질 좋은 정읍의 복분자를 가지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는 복분자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의 복분자주는 1997년 정읍 특산주로 인정을 받았고, 2004년에는 제1회 대한민국 전통술 축제 ‘명주명인지정대회’에서 으뜸상을 수상했다. 현대화된 술도가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신 설비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해 매우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복분자의 수요가 올라갈 때쯤 저품질과 저가로 무장한 복분자들의 난립으로 복분자 시장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지금도 어려운 전통주 시장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지만, 공격적인 설비투자와 최고 품질의 복분자만을 사용하겠다는 고집을 이어와 내장산복분자주를 명품 과실주로 만들고 있다.



◆복분자주 만큼 붉게 물든 가을을 즐길 수 있는 ‘내장산 국민여가캠핑장’



좋은 술 한 병을 구했으니 그에 어울리는 멋진 캠핑장을 찾아보자. 내장산복분자영농조합에서 약 14㎞를 가면 내장산 길목에 대규모로 조성된 내장산 국민여가캠핑장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가을이면 내장산을 알록달록하게 물들이는 장관을 보며 캠핑을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이곳에서의 캠핑은 보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장산에 불어오는 상큼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기상할 수 있는 특권이 있는 내장산 국민여가캠핑장은 총 4개의 구역으로 구분된다. 주차장 앞쪽에 위치한 A구역 일반사이트는 5m*8m 규격의 데크로 구성되어 있고 카라반전용 사이트인 B구역은 일반사이트 규격보다는 살짝 긴 5m*9m사이트로 3개 사이트가 구성돼 있다. 잔디광장이 보이는 C구역은 오토캠핑 사이트로 카라반사이트와 동일한 규격으로 구성되어 있고, 조금 떨어진 D구역은 시립박물관쪽으로 총 13개 사이트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A~C구역 뒤로 850m에 이르는 실개천이 흘러 아이들의 물놀이 공간은 물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준다. 잔디광장인 내장산문화공간을 둘러싼 트랙은 자전거, 달리기 등 다양한 레포츠 공간으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캠핑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A구역 일반사이트 끝쪽으로 어린이놀이터가 조성돼 있고 D구역쪽으로 정읍의 역사와 문화 등을 연구전시하는 시립박물관도 유료로 관람할수 있다. 정읍하면 ‘정읍 9경’을 빼놓을 수 없다. 내장산단풍 터널을 비롯해 무성서원과 상춘공원 피향정연꽃, 정읍천벚꽃길, 백정기의사기념관, 전설의 쌍화차거리, 정읍사문화공간, 동학농민국가기념공연과 옥정호구절초지방정원 여행만으로도 일정을 꽉 채우고도 남을 추억거리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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