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묘하다. 누군가에게는 정겨운 고향의 향기이기도 하지만, 치열하게 한 해의 시작을 달려온 직장인에게는 간절한 '쉼표'이기도 하다. 이번 설 연휴, 나는 익숙한 풍경 대신 조금은 낯선 이국적인 혹은 평화로운 국내의 어느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려한다.
설 명절 연휴를 활용한 여행 계획을 세우며 느낀 설렘과 고민 등을 이야기 해 본다.
매년 돌아오는 설날이면 거실에 가득 차던 고소한 전 냄새와 왁자지껄한 친척들의 목소리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다. 부모님께 미리 정성 어린 인사와 선물을 전해드리고, 나 자신에게는 '완벽한 고립' 혹은 '새로운 자극'이라는 선물을 주기로 한 것.
여행 계획의 시작은 언제나 검색창 앞에서의 망설임이다. "이렇게 가는 게 맞을까?"라는 현실적인 고민과 "지금 아니면 언제 가겠어?"라는 보상 심리가 팽팽하게 맞붙는다. 결국 결제 버튼을 누르고, 그때부터 일상은 여행의 연장선이 된다.
명절 연휴 여행의 테마는 느림의 미학을 찾아서, 화려한 랜드마크를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남기는 숙제 같은 여행이 아니라, 늦잠 자고 일어나 근처 골목길을 산책하고, 마음에 드는 카페에 앉아 책을 읽는 시간을 꿈꿔본다. 알람 없이 눈을 뜨고 현지에서 구입한 도시락 또는 현지인 맛집에서 가벼운 아침 식사, 목적지 없이 걷고 , 발길이 닿는 대로 골목 탐방 하기 등등.
여행 Bag을 챙기는 과정은 내 삶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류하는 작업과 닮았다. 설 연휴 여행은 겨울의 두꺼운 옷가지들 사이로 욕심을 덜어내고, 대신 비워진 공간에는 여행지에서 채워올 새로운 추억과 영감을 위한 자리를 남겨두기로 한다.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는 동안의 나를 만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다."
라는 말처럼 여행지로 향하는 새벽 공기 속에서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업(up)된 나를 발견한다.
물론 명절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모두에게 환영받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나 자신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도 자기관리라고 생각한다. 북적이는 귀성길 대신 구불구불 국도 한구석에 주차 후 차 안에서 나는 가족들에게 보낼 긴 안부 메시지를 미리 적어본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의 여유가 생겨 평소보다 더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게 된다.
여행의 끝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완성된다. 낯선 곳에서의 며칠은 비루했던 일상을 다시 반짝이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내 서랍 속에는 여행지에서 가져온 조개껍데기 하나, 혹은 카드 영수증 뒷면에 적어둔 짧은 메모가 남아있을 것이다. 그것들이 올 한 해 나를 버티게 할 강력한 연료가 되어줄것이다.
이번 설날, 당신의 계획은 무엇인가? 뭐든 고향으로 향하는 길이든, 미지의 도시로 향하는 기차 안이든, 당신의 마음이 가장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곳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