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중년, 17년의 야생 기록으로 세상에 길을 내다
2009년의 어느 여름날, 나는 전형적인 '도시 중년'이었다. 폭신한 쇼파와 에어컨 바람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서툰 중년의 사내가 난생처음 텐트를 들고 야생으로 뛰어들었을 때, 그것이 내 인생의 물줄기를 완전히 바꿔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의 첫 캠핑은 한마디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지인에게 빌린 텐트는 어떻게 세우는지 몰라 뙤약볕 아래서 두세 시간을 끙끙댔고, 겨우 세운 텐트는 바람 한 점에도 위태롭게 흔들렸다. 폼잡는다고 코펠에 끓인 밥은 반쯤 타버렸고, 잠자리는 딱딱한 바닥 때문에 온몸이 쑤셔왔다. 도시의 안락함에 길들여진 나에게 자연은 힐링 대신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게 했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차가운 시선이 더 무덥게 느껴졌으니.....
그러나 그날 밤, 모닥불 앞에 앉아 바라본 밤하늘은 힘들었던 낮시간의 괴로움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도시의 네온사인이 가리고 있던 무수한 별들이 쏟아질 듯 내려앉았을 때, 내 안의 무언가가 깨어났다. 편리함 속에 가려져 있던 '살아있음을... 그것이 17년 대장정의 시작이었다.
이후 나의 삶은 콘크리트 숲이 아닌 진짜 숲으로 향했다. 처음엔 가족들과 함께 넉넉한 짐을 싣고 떠나는 오토캠핑의 즐거움에 빠졌고, 시간이 흐르며 짐을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하는 미니멀 캠핑으로 깊이를 더해갔다. 차 안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차박의 낭만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내 등을 오롯이 의지한 채 산을 오르는 백패킹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특히 살을 에듯 차가운 공기 속에서 즐기는 동계 캠핑은 나에게 인내와 비움을 가르쳐주었다. 28년이라는 긴 사회생활의 피로는 영하의 기온 속에서 타오르는 장작불과 함께 하얗게 연소되었다. 20년의 직장 생활과 10년의 프리랜서 삶을 버티게 해준 힘은, 역설적이게도 문명의 이기를 잠시 내려놓은 그 불편한 시간들에서 나왔다.
나의 이런 진심 어린 기록들은네이버 블로그 '캠핑으로 떠나는 여행'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투박하지만 진솔한 나의 캠핑 이야기에 대중이 반응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방송계의 러브콜로 이어졌다. 지상파 3사(KBS, MBC, SBS)는 물론 각종 케이블 채널에 출연하며 나는 캠핑의 즐거움과 올바른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단순히 멋진 장비를 자랑하는 것이 아닌 자연을 존중하고 자신을 치유하는 '진짜 캠핑'의 가치를 전파했다. 방송을 통해 수많은 시청자에게 캠핑이라는 낯선 세계로의 초대장을 보냈고, 그것은 대한민국 캠핑 대중화에 작은 밀알이 되었다.
2026년 현재, 나는 더 이상 어수룩한 도시 중년이 아니다. 17년의 내공을 바탕으로 이벤트, 아웃도어 감성 기업 '와일드 스토리 컴퍼니'를 운영하며 여행의 가치를 전달하는 전문가가 되었다. '아이로드 인천문화기행'과 갬성캠핑 그섬에 가봤니? 같은 아웃도어 여행 , 캠핑 프로그램의 고정mc를 지금까지 출연하며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걷고, 여행 스토리텔러 라는 타이틀을 통해 디지털 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디지털 디톡스'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오늘도 나는 배낭을 꾸린다. 17년 전의 그 설렘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그 안에 여유와 철학이 담겨 있다. 나에게 캠핑은 이제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다.
도시 중년이었던 나는 이제 숲의 언어를 읽고 바람의 방향을 살핀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속삭인다. "가끔은 길을 잃어도 괜찮습니다. 콘크리트를 벗어나 흙을 밟는 순간, 당신만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될 테니까요." 17년의 세월이 나에게 준 가장 귀한 선물, 그것은 바로 '나만의 속도로 걷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