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의 한숨

집이 없는 현실에서 오는 스트레스

by 하얀솜사탕

요즘 글 쓸 기분이 아니었다. 올해 가장 받고 싶지 않은 통보를 받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바로 집계약만료에 따른 월세전환. 반전세에서 완전 월세로 바꿔서 계약할 게 아니면 나가라고 집주인이 말했다. 지금보다 월 50은 더 되는 돈을 더 바쳐야 한다니…

베란다 물받이용 양동이가 생각난다. 비가 오는 날이면 물비린내 나도록 비가 샌다. 집주인에게 말했더니 실리콘총 두 번 쏘고 땡이다. 소용없다는 말에 그냥 양동이 두고 살랜다. 이래놓고 관리비는 매달 5만원씩 꼬박꼬박 챙겨간다. 월세 끝자리가 500원이 되도록 인상률도 5% 꽉꽉 채워 받았다. 열심히 꿀을 모아 토해내는 양봉장 일벌이 이런 기분일까. 모아도 모아도 평생 몸 담을 집 마련하기가 어렵다. 버는 돈보다 월세, 집값 오르는 게 더 빠르다. 집 없는 자들은 모두 난민이다. 돈이 일으킨 전쟁에 거처를 찾아 떠도는 난민. 저 하늘 위에서 보면 벌집이나 인간의 집이나 거기서 거기인데 인간은 참 복잡하고 피곤하게 사는 거 같다. 새로운 동네는 언제 또 외우고 몸에 익을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런데 별 수 있나 쫓겨나든 집을 뜯어가든 일단 꿀을 모을 수 밖에. 오늘도 자신의 터전을 만들기 위해 꿀을 모으는 일벌이 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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