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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솜사탕 Jul 30. 2024

나만의 복날 요리

족발 맛있게 먹는 방법

 여름철이 되면 사람들은 보양식을 찾아 떠난다. 삼계탕, 염소탕, 추어탕, 도가니탕 등등. 취향별로 다양하게 챙겨 먹는다. 나 역시 복날이면 보양 음식을 먹는데 주로 족발을 먹는다.


 족발쯤이야 언제나 어디서든 먹을 수 있다만 나는 유독 여름철이 되면 족발이 당긴다. 한약재 냄새가 풀풀 나는 쫄깃 담백 부들부들한 족발 한 점을 입에 넣으면 그렇게 기운이 난다. 거기에 같이 나오는 막국수! 매콤새콤 채소 듬뿍 시원한 막국수를 고기에 돌돌 말아 먹으면 입맛이 돈다. 그래서 여름철이면 수시로 족발을 흡입한다.

 

 나는 1인 가구임에도 ‘나 홀로 1인 족발 세트’는 절대 사지 않는다. 족발을 주문했다 하면 무조건 대자다. 당연히 한 번에 다 먹을 수 없다. 그렇다고 버리는 것도 아니다. 남은 족발을 이용해 다양한 보양 음식을 해 먹는다.


 첫 번째 냉채족발! 겨자, 식초, 올리고당을 베이스로 양념을 만들고 집에 있는 채소들을 몽땅 채를 썰어 넣는다. 쌈채류는 아무거나 다 좋다. 오이와 당근, 파프리카는 없으면 아쉬우니 꼭 준비한다. 냉장고에서 차가워진 족발을 채소, 소스와 조물조물 잘 버무리면 여름철 떨어진 입맛이 벌떡 일어나게 하는 매콤새콤 냉채족발 완성이다. 더위로 기운 없고 식욕 없을 땐 이만한 보양 음식이 없다.


 두 번째, 족발동! 일본식 간장인 쯔유와 계란, 깐마늘, 양파, 대파면 집에서 뚝딱 만들 수 있다. 냉장고 속 족발을 파, 양파와 함께 볶아서 파기름을 내고 편 마늘을 넣어 볶는다. 그 후 쯔유와 올리고당으로 만든 양념이 잘 배도록 살짝 졸인다. 거기에 물과 계란을 잘 풀어 섞은 계란 물을 부어 반숙될 쯤 불을 끄면 끝! 일본식 덮밥에 한국 족발을 퓨전한 나의 특제 메뉴다. 설거지가 귀찮고 단백질 빵빵하게 챙겨 먹고 싶은 날 금상첨화인 요리다.  


 마지막 선수는 양념 족발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떡꼬치 소스에 따뜻하게 데운 족발을 찍어 먹는 것이다. 여름철이니 땀 쫙 빠지도록 맵게 소스를 만들어도 좋다. 이왕이면 다진 마늘을 많이 넣어 맵기를 높이는 게 더 좋다. 마늘은 사람 몸에 좋은 보양 채소 중 하나라서 보양 음식에는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식재료다. 이렇게 족발 대자 하나로 네 가지 맛을 즐기다 보면 더운 여름이 후딱 가버린다.


  요즘 바깥에서 삼계탕 한 그릇만 먹어도 거의 2만 원인데 이렇게 크게 한 번 사서 며칠, 몇 번을 해 먹으니 여름철 보양식으로서 족발만큼 가성비 좋은 건 없다.

 

 더워서 엎드려 버린다고 해서 복날(엎드릴 복, 伏)이라고 하는데 여름 태양에 쓰러지지 않도록 잘 챙겨 먹어야겠다. 그런데 보통 여름철엔 입맛이 없어 살이 빠진다는데 왜 나는 자꾸 살이 찌는 걸까? 이제 농경사회도 아니라서 추수를 대비해 든든히 먹어둘 필요도 없는데 왜 다들 여전히 복날을 챙기는 걸까? 그걸 알면서도 삼복(三伏) 날 야무지게 먹어대는 자신을 보며 의문을 품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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