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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솜사탕 Aug 15. 2024

기나긴 인셍을 완주하려면

작은 불씨로 살아가는 요영

 가슴에 품은 꿈을 모두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열심히 한다고 해도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에게 뒤로 밀리기도 하고, 운명의 장난으로 레일 위에서 허무하게 내동댕이쳐지기도 한다. 나는 이 두 케이스를 모두 경험해 봤기에 누구나 원한다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30년도 안 되는 인생 속에서 많은 일을 겪다 보니 한때는 다시 꿈을 품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내 힘으로 어찌하지 못하는 거대한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깔려버린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음에도 열정을 쏟기 어려웠다.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는 순간의 고통을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꿈의 방향을 바꿨다. 뭔가가 되겠다는 것이 아닌 ‘하고 싶다’로 정리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교직 이수가 가능한 대학 입학에 실패하면 이룰 수 없는 꿈이 된다. 하지만 이 꿈을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다’로 바꾼다면 훨씬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학원 강사도 있고, 과외 선생님도 있다. 둘 다 어렵다면 유튜브에 강의를 올리는 방법도 있다. 최대한 꿈의 달성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목표를 넓게 설정하는 편이 좋다.


 지금 나의 꿈은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전문성 없어 보이는 인생 목표지만 이보다 성취 가능성이 높은 꿈은 없다. 이 세상 일들은 엄밀히 따지면 모두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들이다. 사회복지사처럼 직접적으로 사람과 관계하며 돕는 일도 있지만, 간접적으로 돕는 일도 많다. 식당 사장도 손님의 배를 불려 주는 일을 하는 것이며 세탁소 직원도 다른 사람이 번거로워하는 일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결국 어떤 일에서든 타인을 돕는다는 보람을 찾을 수 있다. 즉 ‘다른 사람을 도우며 돈도 버는 일’은 나 자신을 위한 자기방어적 꿈이다.


 나는 이제 꿈을 위해서 그다지 노력하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하든 무리하지 않고 내가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만큼만 정성을 들인다. 내 생명을 갈아 넣을 정도로 노력하면 그만큼 성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이루지 못했을 때의 상처가 깊다. 잘 되면 좋고, 아님 말고. 이만큼이 딱 좋다. 어떤 결말을 맞이하든 받아들이기 편하다.


 나는 주위 사람들한테도 무리해서 노력하지 말라고 한다. 자동차도 일정한 속도로 달려야 적은 기름으로 멀리 갈 수 있다. 세게 밟았다가 급하게 서기를 반복하면 자동차에도 좋지 않다. 사람도 이와 비슷해서 적당한 긴장감으로 진득하게 오래 하는 편이 안정적이다. 60살이면 세상을 떠나는 시대가 아니니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페이스 조절이 더욱 필요하다. 육체적 건강만큼 정신건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마음의 상처에 어느 정도 대비하며 삶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예전엔 열정적이고 반짝거렸는데 뭐든지 적당히 느긋하게 하려고 하는 지금의 내가 가끔은 못나 보인다. 나 자신의 결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그래도 은이 금보다 무딘 빛을 낸다고 해서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곰탕이 김치찌개보다 슴슴하다고 해서 맛없는 것은 아니다. 바짝 불타고 일찍 꺼져버릴 바에 잔잔하고 길게 인생길을 걷기로 했을 뿐이다. 어차피 삶을 마주하는 태도에는 정답이 없다. 각자 성향에 맞게 살아가면 된다. 작은 불씨라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고기는 못 굽더라도 군고구마는 구울 수 있는 법이다. 내 상황과 감정에 맞춰 꿈의 크기를 조절하면 된다. 30대치고는 패기가 없다고 다른 이들이 말해도 별수 없다. 이게 지금의 나다. 실현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삼는 요령 또한 건강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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