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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솜사탕 Jul 21. 2024

노인이 아닌 어른이 되고 싶다

장자의 명언을 보며

 ‘흐르는 물에는 사람이 비치지 않고 잔잔하게 가라앉는 물이라야 사람이 비치고 각양각색의 사물도 비추어진다. 중략_ 곧은 나무는 먼저 베어지고 마찬가지로 물맛이 단 우물도 먼저 마를 것이다’


 장자의 이 말은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내 안의 호수는 어떤 물결로 세상을 살아가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마음에 평온과 여유가 있어야만 여러 사건과 사람을 올바르게 볼 수 있을 터다. 그걸 알면서도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분노와 서운함에 정작 중요한 것을 못 본 채 사태를 키우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게 또 나란 인간이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빨리 먹고 나가’라고 내게 소리 지르며 메뉴판을 던지는 사장에게 덩달아 언성이 높아지는 자신이 실망스럽다. 여유를 가지고 상대방을 품어보려 애써도 좀처럼 잘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탈무드나 철학 이야기를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내가 바라는 인간상에 도달하려면 아직 한참 먼 듯하다.


 장애인 신분이 되면서 사람들의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가 보인다. 약자에게 강한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심지어 다른 사람 앞에서는 내게 친절하지만 단둘이 되면 나 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속 파도가 일렁인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바르고 곧은 나무가 색출되고 짓밟히는 현장을 보며 이 세상에 ‘어른’은 없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그저 장자의 말이 사실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노인이 아닌 어른을 만나고 싶다. 나이와 상관없이 참된 어른이 된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 보통의 인간들이 지킬 수 없는 삶의 방식으로 묵묵히 살아가는 진짜 ‘어른’과 인연을 맺고 싶다. 주름지고 허리가 굽은 아이가 들어있는 노인이 아닌, 마음속에서부터 존경할 수 있는 인품이 넘치는 어른이 내게 필요하다. 그래야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슬프지 않을 거 같다.


 그런데 내가 어른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나는 과연 30대의 그릇만큼 커져 있기나 한 걸까? 자신이 없다. 아이들이 보면 내가 어른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장자의 글을 보고 그 메시지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가면 좋겠지만 오늘은 그냥 어른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이 세상에 존경할 위인이 많다고 기대했던 만큼 실망이 컸기에 철학자들의 명언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어른이 많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 지난 나의 모습을 반성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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