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러네요.
- 내가 알고 있는 넌 충분히 더 할 수 있는 사람이야.
-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 야, 너 이 것 밖에 못해. "
" 죄송합니다. "
" 성의 없이 일할래. "
" 어, 그건 아닙니다. "
"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가 알고 있는 넌 이 이상을 충분히 할 수 있어. 그런데 왜 이렇게 실망을 주는 거야. "
"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
" 됐어, 가봐 그리고 앞으로 내가 널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네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이건 흠 정말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야. "
" 네, 죄송합니다. "
사과를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 날 보고 동료가 툭 치며 물었다.
" 왜 그래? 너라면 충분히 더 잘할 수 있었을 건데... 네 건 아닌데 덮어쓴 거야? "
" 아니야. 나 맞아. 그리고 흠, 난 생각보다 뛰어나거나 잘하진 않아. "
" 너 잘해. "
" 하하하, 고마워. 그런데 이건 나 맞아. 그래서 괜찮아. "
상사는 나를 높은 곳에 올려서 기대를 건다. 그리고 나도 그 기대에 맞게 나를 생각하다 보면 어느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그 한계점을 발견했을 때 그리고 한계점이 기대점 보다 아래에 있을 때 나는 내가 생각한 나보다 낮은 나를 보고 무너지게 될 수 있다. 나는 나를 살리기 위해 그 순간 나를 인정하기로 결심했다.
" 그래, 이것도 나야. 내가 이것밖에 안된다면 어쩔 수 없지 뭐. "
나 자신을 폄하하거나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나를 인정하자는 뜻이다. 진정성이라는 건 내가 남에게 진정성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나에게 진정성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못해도 나고, 잘해도 나이다. 굳이 타인에 기대치에 맞추겠다고 나를 갈아 넣어서 끼워 맞추다가 맞추지 못하는 나를 보고 좌절하지 말자. 내가 하지 못해 떨어져 나간다고 해서 그 사람은 내 인생을 걱정하지 않는다.
' 흠, 이 사람은 이제 안 되네 그럼 다른 사람을 알아볼까? ' 하고 쉽게 바꾸어 버리는 게 타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나를 보호하고 인정하기로 결심했다. 종교적으로 본다면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존재가 있기에 그로 인해 위로를 받을 수 있겠지만 사람으로 볼 때는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상사는 심리전에 돌입했다. 네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나는 쉽게 다른 사람을 대처할 것이고 너를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불안감을 만들어서 나에게 말을 툭툭 던졌다. 이건 네가 너 자신을 갈아 넣어서라도 내 기대를 맞추라는 것이다.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인 것처럼 말하지만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 사람에 편안한 인생을 위해 나를 놔두지 말자.
나는 기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 너 괜찮아? " 란 말에
" 응! 이것도 나야. 그래서 괜찮아. 잘할 때도 나고, 못하는 것도 나인데 뭐 " 하고 당당하게 나 자신의 모습 앞에 섰다. 괜찮아. 다 나야! 그렇게 나를 인정하기 시작할 때 나는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에 있었던 타인에 대한 질투나 시기가 사라졌다. 다른 사람이 못하든 잘하든 그게 나와 상관없게 되었다. 그건 그 사람에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었다.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였을 때 나는 나와 남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진심으로 타인을 축하해 주고 인정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상사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날 보고 상사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화가 난 이유는 아마도 내가 자신에 기대에 부응해야 자신이 더 인정받고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되었든 간에 상관없다. 상사가 날 폄훼한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더 이상 내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내가 끌어안아야 할 문제와 남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조금씩 구분되기 시작했다.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건 내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였다. 내 숙제를 해결했을 때 상사에 심리전에 말리지 않게 되었다.
" 네가 앞으로 널 다시 생각해야겠어. 흠, 이건 아니야. 내가 앞으로 널 어떻게 대하고 생각해야 할지 조금 고민해야겠어. " 상사가 협박하기 시작했다.
" 노력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겁니다. "
" 아니야. 넌 이것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어. 그런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거라면 이건 너를 다시 평가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야. "
" 아, 네. 그건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
하고 말을 마무리 지으려는 날 보고 상사는 당황해서 급히 내게 물었다
" 끝이야? "
" 네? 제가 뭘 더 해야 하나요? "
" 내가 널 심각하게 다시 생각하겠다고! "
"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께서 다시 하시는 생각을 제가 어떻게 할 순 없지 않습니다. 그 생각에 대한 책임은 제가 아닌 것 같아서 알겠습니다. 말씀드린 겁니다. "
" 하, 알겠다. 흠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지. 그래 가봐. "
나는 주저 없이 돌아서 나갔다. 내 모습에 당황해하는 상사는 이후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화가 난 상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내가 할 일을 다 한 거고, 그게 설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그건 네가 어떻게 할 문제가 아니다. 이후 문제는 그 사람이 책임 질 문제다. 상사가 화를 내는 건 분을 이기지 못해 화를 내는 것 일 수 있을 것이고, 보고 하러 가서 더 인정받지 못한다는 마음에 화가 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간에 왜 화를 내는지는 본인만이 제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굳이 물어볼 생각도 다시 이 일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없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키보드를 내리 치는 저 행동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행동을 한 그 사람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그건 그 사람에 문제인 거다. 그 사람에 편의와 직장생활을 위해 내가 상처받고 힘들어하면서 그 사람이 버린 감정까지 내가 가져와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나를 버리지 말자. 내가 이것밖에 안 돼? 하는 질문에 윗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죄송합니다. 사과는 하겠지만 나는 속으로 나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대답한다. ' 이것밖에 안 되네요. 그래서 어쩔 수 없죠. ' 그렇게 못하는 나도 그냥 나로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