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나에게 왜 이런 식으로 대하나 싶을 때가 있다. 순간 동작이 멈춰진다. 여기서 나는 정색을 하고 화를 내야 할까? 아니면 괜한 껄끄러움이 싫으니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가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여기서 웃으면 나는 만만한 사람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피하면 안 된다. 그러나 부딪쳤을 때 이후 일어나게 될 미래가 예측된다. 피하면 먼 미래에 내가 만만한 사람이 되어 힘들어질 것이고, 반응하고 한마디 하면 바로 앞에 있는 미래의 내가 힘든 분위기와 상황을 만나게 될 것 같다. 나는 그래서 두 가지 다 하지 않기로 했다.
피하지는 않는다. 대신 증거가 남을 말도 하지 않는다 단 지금 대면하고 있는 이 사람은 확실히 내 답을 알 수 있게 대응하는 방법은 [침묵]이다.
나를 이용하려고 툭툭 건드는 사람이 있다. 본인이 편하고 만만하게 날 대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사람이 있다. 그때는 결코 피하지 않고 나는 고개를 들고 눈을 바라본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몇 초간에 침묵' 그건 내가 그 사람에게 보내는 경고이며, 대답이다.
" 그만, 여기서 멈춰! "
라는 강한 표현이 된다. 내 침묵은 상대에게는 강한 답이 되지만 나중에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는 어떠한 말로 쉽게 표현되지 않는 증거가 남지 않는 내가 한 말이 된다.
회사는 그 어느 곳 보다 말이 많이 도는 곳이다. 내가 한 한마디 말이 전혀 다른 의도까지 포함되어 돌고 도는 곳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말을 아끼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표현하기 좋은 경고나 대답이 침묵이다. 침묵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말을 한 것과 같다. 단, 그 침묵을 나만 알고 있다면 그건 대답이 아니라 회피나 외면이 된다. 상대가 이상한 말을 하거나 선을 넘는 말을 하는데 다른 곳을 보거나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있는 건 오히려 더 나를 쉬운 상대로 보여질 수 있다. 내가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주는 방법은 먼저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다.
절대 이 상황을 피하면 안 된다. 나는 이 상황을 맞서서 대응해야 한다. 절대 도망은 가지 않을 거야.
이 생각으로 외면하고 싶은 내 마음을 부여잡고 고개를 든다. 그리고 몇 초 간에 침묵을 지킨다. 그 침묵이 상대에게는 나의 확실한 거절의 의사를 보여 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다른 말을 하거나 다음 말을 이어 간다. 하지만 이 경고를 무시하고 선을 넘어서는 사람이 가끔 존재한다. 그때는 조용히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인상을 쓴다. 그리고 작지만 얇게 한숨을 쉰다.
" 이제 그만하시죠! "라는 내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이러면 대부분에 사람들은 여기서 멈춘다. 다음에 일어날 일은 싸움이라는 걸 상대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건 두 가지 부류 밖에 없다. 안하무인 이거나 이미 나를 심하게 만만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대하고 있다는 거다. 후자일 경우는 언젠가 내가 부딪치고 상대의 생각을 한 번은 깨야할 상대이다. 그러나 대부분에 사람들은 내가 대답한 침묵을 강하게 느낀다. 그리고 그 침묵은 나를 만만치만은 않은 상대임을 알려 준다. 그리고 침묵은 상대가 어디 가서 이야기할 만한 증거를 만들지 않는다.
어떤 말을 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답일지 모를 때는 차라리 침묵하자. 때론 침묵은 회피가 아닌 언어의 일종으로 증거가 남지 않는 강력한 답이 될 수 있다.
이 침묵을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게 된다면 좀 더 만만치 않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왜 그리 정색하고 그래? " 란 말을 들을 필요도 없고, " 에이 농담으로 한 말인데 까칠하게 왜 그래? " 란 말도 들을 필요도 없고, " 거 성격 참 이상하네 " 란 말도 할 수 없는 상대가 대응하거나 공격하기에는 애매하지만 강한 답은 표현할 수 있는 많은 말이 담겨 있는 것이 침묵이다.
" 너 왜 정색하고 그래? "
라고 상대가 이야기 하면
" 제가 뭘 했나요? 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건가요? " 하고 말을 다시 상대에게 되 돌릴수 있다.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 말 하지 않는 나보다는 선을 넘을려고 이야기 하고 또 정색한다고 말하는 그 사람을 이상하게 볼 것이다. 그래서 침묵으로 답하는 나에게 쉽게 대응할 수 없게 된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상사에 지나친 말에 대답하지 않다가 다시 한번 상사가 이야기 하면 미간을 잠시 찌뿌리며 가만히 있는 직원을 보고 상사가 순간 주춤하고 멈추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잘 보라. 그 직원 만렙에 직원일 가능성이 크다. 자칫 잘못한 내 대답이나 대응은 상대에게 미끼를 줄 수도 있다. 침묵은 그 미끼를 주지 않지만 날 방어할 수 있는 많은 순간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상대를 정확히 바라보고 하는 몇초간에 침묵은 단순히 참는것이 아니라 하나의 내가 표현하는 언어의 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