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를 읽고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 관계.
엄마와 나는 그렇다. 우리는 너무 사랑하지도 너무 미워하지도 않는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사랑해 그리고 미워해
완전한 미움도, 완전한 사랑도 아닌. 천천히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그런 사이인 엄마와 나.
<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를 읽으며 미움 속에 자리한 사랑과 사랑 속에 자리한 미움을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었다.
최근 읽은 신간에세이 중 가장 마음을 크게 울린 책, <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 엄마를 미워도 했고 사랑도 하는 입장에서 이 책이 주는 울림은 남다른 느낌을 주었다. 과거의 난 내 엄마니까 당연히 미워해선 안된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때가 있었다. 그래서 솔직 담백하게 엄마와의 거리를 담담히 풀어낸 <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나는 엄마를 이해했는데, 그래서 원망하고 싶은 마음을 외면하느라 애쓰며 살아왔는데, 그래서 되려 나를 미워하면서 커왔는데 (p25)
나도 그랬다.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박받고, 공부하는데 유세 떨지 말라며 구박받아도 엄마를 이해하려고 했다. 나보다 남을 더 챙기는 엄마를 보면서도 되려 엄마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는 딸인 나를 나도 미워했었다.
내가 걸어왔던 K-장녀의 길을 너에게 터주진 않을 테니 걱정 말고, 맘껏 철없이 자라라. 애써 일찍 철들지 않아도 된다. 네 나이에 맞는 속도로 성장해도 좋은 사람이 되기엔 충분하다. (p163)
언젠가 아이를 낳는다면 딸은 낳고 싶지 않았다. 내가 딸이라서, 내가 엄마한테 이해받지 못한 못난 딸이라서. 행여나 K-장녀의 불행이 대물림될까 봐.
그렇지만 요즘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K-장녀의 무담, 무게, 설움을 나부터 끊어내면 된다. 애써 철들고 어른스러운 척하며 사랑받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랑받는 그런 딸로 키우면 된다.
<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를 읽는 내내 내가 겪은 모든 설움이 사르르 녹는 것만 같았다. 마치 내 속에 상처받은 아이에게 더는 울지 않고, 엄마와 건강한 거리를 유지해도 된다고. 때론 사랑을, 때론 아픔을 주고받아도 괜찮다고.. 그렇게 토닥여주는 것만 같았다.
부모와 사이가 좋아야 할 필요는 없다. 왜 좋아야만 할까. (p230)
세상 모두가 부모와 사이가 좋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 있다. 부모자식과의 관계는 너무도 다양하고 다르기 때문에. <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를 읽는 내내 한때 삐걱거렸지만 차차 좋아지고 있는 부모님과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었다. 억지로 사이좋게 지내려고 했던 때보다 요즘 마음이 더 편한 이유가 보였다. 미울 땐 미워할 수도 있는 용기가 오히려 관계에 숨구멍을 만들어줬다고 해야 할까.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겠지만, 완벽한 자식 또한 없다. 눈 감는 그날 때론 밉긴 했지만 그래도 더 많이 사랑했노라고 그렇게 서로를 기억하는 부모자식이 되면 좋겠다.
책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브런치에 작성할 의무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