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새옹지마
여행을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어떤 건지는 잘 알고 있다.
낯선 곳에서의 공기, 익숙하지 않은 풍경, 잠깐 다른 사람이 된 듯한 기분. 그런 것들이 주는 묘한 해방감도 충분히 경험해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굳이 여행을 가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다.
집에 머물며 글을 쓰고, 익숙한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줄 알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은 아무 계획 없이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지만.
그런데 올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꼴도 보기 싫은 사람과 여행을 가게 된 것이다!
30분만 봐도 기분 나쁜데, 하필 이런 일정까지 더해지다니.
여행을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오는 게 아니라 한숨이 먼저 나온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 대신, '잘 버텨야 한다'는 감각이 먼저 떠오르는 건 꽤 낯선 경험이다.
여행은 보통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가는 거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왠지 체력을 더 쓰고 돌아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좋은 장소, 좋은 음식이 있어도 함께하는 사람이 불편하면 그 모든 것이 무색해진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싫은 사람 하나 때문에 내 시간을 망칠 이유는 없다는 것.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여행이라면, 그 안에서도 나를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괜히 감정 소모를 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가능한 한 나에게 집중하면 충분하다.
어쩌면 이번 여행은 불편함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연습이 될지도 모른다.
언젠가 '지옥 소풍'이란 단어로 글을 써보라고 하면 누구보다 잘 쓸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이렇듯 '억지'라는 사슬 속에서 정해진 여행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