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에 가면 원래 그냥 나올 수가 없는 거잖아
다이소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미 알고 있다. 이번에도 빈손으로는 나오기 어렵겠다는 걸.
구경만 하고 나와야지 하고 들어갔다가 어느새 계산대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일. 아마 한 번쯤은 다들 겪어봤을 것이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가볍게 들른 다이소에서 하나의 물건을 들고 나오게 됐다.
이천 원짜리 모트모트 마음 일기장이었다. 이전에 다이소에 갔을 때도 봤던 다이어리였다.
하지만 이런 기록은 굳이 다이어리가 아니어도 충분히 할 수 있어서 구매하지 않았었다.
오늘 좋았던 노래, 좋았던 장소, 고마운 사람, 감사한 일, 칭찬 등은 집에 있는 노트에 써도 되고 브런치나 블로그, 스레드에 남겨도 충분한 기록이기도 하고.
그래서 몇 번이나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었다. 그러다 다시 다이소에 갔을 때 그 일기장을 사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나에게는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그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곳.
억지로 긍정으로 다듬지 않아도 되는 조금은 투박하고, 조금은 불완전해도 괜찮은 기록말이다.
모트모트 마음 일기장의 종이는 얇아서 조금 불편하고 펜을 세게 누르면 다음 장에 비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기장이 마음에 드는 이유가 있다.
길게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날의 기분을 마음껏 남길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요즘은 하루를 마무리할 때 이 작은 일기장을 펼쳐본다.
좋았던 일, 조금은 아쉬웠던 마음, 그리고 오늘의 나에게 건네는 짧은 문장 하나.
이천 원이라는 가격이 무색할 만큼 그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담긴다.
어쩌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이렇게 작고 사소한 방식으로 하루를 정리해 주는 순간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