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택배 상자 하나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종종 택배가 도착하면 괜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있다. 상자가 심하게 구겨져 있거나 어딘가 젖어 있을 때다.
아직 열어보지도 않았는데 이미 안의 상태를 상상하게 되는 순간은 말도 못 하게 끔찍하다.
이사하기 전에도 그런 일이 몇 번 있었지만, 얼마 전에는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
현관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보자마자 잠깐 멈칫했다. 박스가 물에 흠뻑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필 안에 들어 있는 건 물에 약한 종이, 그것도 책이었다.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괜찮을까, 망가진 건 아닐까.'
부랴부랴 상자를 열고 가장 먼저 책 상태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완전히 젖지는 않았고 조금 울어 있는 정도였다. 그제야 겨우 숨이 놓였다.
택배를 기다리는 시간은 늘 설렌다. 무언가를 기대하며 하루를 보내고, 도착했다는 알림을 확인하는 순간까지.
그래서일까. 상태가 좋지 않은 택배를 마주하면 그 기대가 한순간에 불안으로 바뀌곤 한다.
배송이라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알기에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끔은 이 작은 상자 하나가 누군가에겐 꽤 소중한 물건일 수 있다는 걸 한 번쯤 떠올려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