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나쁜 날엔 역시 산책

평범한 여자가 무기력을 이겨내는 방법

by 윤채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 힘들 때는 정말 많이 힘들다.



가끔은 감정이 바닥을 뚫고 더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마저 든다. 마치 지구 반대편으로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것처럼.



그렇다고 그 상태에 완전히 잠식되지는 않으려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곳에서 빠져나오고 싶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산책을 자주 다녔다. 그전에는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아서 그냥 누워 있거나 잠을 자는 날이 더 많은 순간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걷고 싶어졌다. 지금의 몸 상태로는 달리기는 무리일 것 같아 그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20260402_140728.jpg 4월 꽃놀이 기록 01



이사 온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기도 하고 꽃이 핀 길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걸어보기도 했다.



특별한 건 없었다. 그냥 걷고, 또 걷는 것.



그런데 그 단순한 반복이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꿔놓았다.



굳어 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던 상태에서 아주 작은 의욕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던 시간에도 희미하게나마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빛이 아주 조금씩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20260402_140839.jpg 4월 꽃놀이 기록 02



돌아보면 산책은 그저 걷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기분이 가라앉는 날이면 다른 방법보다 먼저, 밖으로 나가 걷는다.



거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를 그 자리에서 한 걸음은 움직이게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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