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라는 창살 없는 감옥, 혹은 천국에서 쓰다
병원 문을 나설 때의 해방감도 잠시, 집으로 돌아오니 은근히 해야 할 일들이 시야에 걸려온다. 정리되지 않은 서랍, 먼지가 내려앉은 선반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애써 외면하며 다시 침대로 기어 들어간다.
꾹 참고 누워 있어야만 하는 이 시간은 어찌 보면 지독하게 따분하고, 또 어찌 보면 비현실적인 천국 같다.
움직임이 거세된 나날의 연속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외출은 시선을 창밖으로 던지거나, 손에 잡히는 사물을 깊이 응시하는 것뿐이다.
입원 전 신청했던 '북클럽 문학동네 9기 서포터즈' 합격 소식은 멈춰 있던 일상에 날아든 첫 번째 생기였다. 퇴원 후 마주한 웰컴 키트는 단순한 선물을 넘어, 닫힌 방 안으로 불어온 서늘하고 신선한 바람 같았다.
웰컴 키트 박스를 여는 순간 느껴진 가슴의 두근거림은 살아있다는 감각을 일깨웠다. 이번 선택 도서 중 내가 고른 것은 <폭풍의 언덕>과 <칼의 노래>였다.
이미 문장의 아름다움과 서사의 깊이를 익히 알고 있는 작품들이지만, 지금처럼 시간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시기에 다시 읽는 고전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요동치는 히스클리프의 광기와 이순신의 고독한 칼날 위에 내 마음을 포개어 본다. 누워서 읽는 문장들은 평소보다 더 진득하게 내면에 스며들고, 나는 그 깊은 울림 속으로 기꺼이 침잠한다.
출산이라는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나의 계절은 느릿느릿 흐르는 방학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러니 이 정적인 휴가 동안 책은 단순한 종이 뭉치가 아니다. 기쁨과 행복을 나누고, 때로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슬픔과 고통을 묵묵히 곁에서 지켜주는 가장 충실한 친구다.
이번 서포터즈 활동이 단순한 기록의 나열을 넘어 내 창작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드는 예비 비행이 될 것임을 믿는다.
침대 위에서 보낸 이 긴 기다림의 시간이 훗날 내 창작의 날개가 되어줄 것을 알기에 나는 남은 활동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 성장이 때때로 느려지기도 했지만 한계란 없었다. 필요한 것은 믿음이었다.
-아티스트 웨이, p13
● 우리는 우리의 과정을 신뢰하고 그 너머에 있는 '결과'를 바라보아야 한다.
-아티스트 웨이, p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