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쓰레기는 당신 거예요

타인의 불행으로 행복을 연명하는 사람에게 신경 꺼도 좋은 이유

by 윤채

"나는 지금 지옥으로 가고 있다(I am now going to hell)."



결혼식을 올리러 가던 에이브러햄 링컨은 처절한 탄식을 남겼다.



훗날 악처로 기록된 메리 토드와의 결혼을 앞둔 한 남자의 두려움이었으나, 이 문장은 시대를 넘어 결혼이라는 제도의 서늘한 이면을 관통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었을지라도, 그를 둘러싼 세계의 모든 파편까지 사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천국인 줄 알았던 숲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그늘에 가려진 덤불과 가시나무의 존재를 깨닫는 것, 그것이 결혼이라는 여정의 피할 수 없는 정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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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참으로 선한 사람이더라도, 그를 둘러싼 모든 주변인까지 선하기를 바라는 것은 과한 욕심에 가깝다.



악의가 선명하게 박힌 문자, 나를 깎아내리려는 조롱, 날카로운 말투들.



내 의지나 노력과는 무관하게 외부의 소음은 때때로 집요하게 내 평온의 벽을 긁어댄다.



예전에는 그 무례함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 사뭇 억울했다. 통쾌하게 되갚아 주는 것은 쉽지만 그걸 참아야 했으니까. 남편과의 소중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인내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이었다.



하나 답답한 날이 지나가니,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뜻밖에도 통쾌한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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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그들의 악의는 애초에 내 마음을 뚫을 수 없었다. 타인의 불행을 재료 삼아 자신의 행복을 연명하는 이들의 내면은 그저 동정의 대상일 뿐이기 때문에.



남의 상처를 건드려 위안을 얻으려는 고의적인 몸짓은, 실은 자신의 삶에 집중할 동력을 잃어버린 자들의 처절한 방황이자 비루한 증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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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제 손에 무엇을 쥐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누군가는 평생 타인을 향한 날카로운 미움과 오물 같은 쓰레기를 손에 꽉 쥔 채, 그 악취가 제 삶을 갉아먹는 줄도 모르고 살아갈 것이다.



그들이 던진 쓰레기를 받지 않고 가볍게 손을 털어내는 건 의외로 쉬운 일이다. 애초에 내 것이 아닌 쓰레기는 수취를 거부하면 그만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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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쥐고 있는 비루한 증오와 달리, 내 손 안에는 햇살처럼 따스한 행복과 흔들림 없는 고요한 평화가 가득 차 있다.



다정한 내 손으로 내면의 아티스트를 다독이고, 뱃속의 아이를 감싸 안으며 나만의 따스한 정원을 가꾸어 가고 있다.



타인의 쓰레기는 결코 내 정원의 꽃향기를 이길 수 없음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아티스트는 다른 아티스트를 사랑한다. 그림자 아티스트는 같은 동족인 아티스트에게 끌리지만 스스로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는 못한다.

-아티스트 웨이, p73


● 진정한 아티스트라면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정말 바보 같은 이야기이다.

-아티스트 웨이,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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