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가 내 딸을 구원할 거야 !
해리포터를 만난 것은 나에게 행운이었다.
해리포터가 내게 위안을 주었고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2005년, 내가 해리포터를 처음 본 해다. 그해 겨울엔가, 나는 DVD를 큰맘 먹고 구입해 해리포터 시리즈를 감상했다. 나 개인적으로는 무척 힘든 때였고 그런 나의 일상으로부터 날 구원해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 한 소년의 이야기는 내 구원자로서 가장 제격이었다.
역사, 정치, 철학 등을 공부하면서, 이런저런 책을 독파하면서 머리가 굳고 생각이 돌지 않으면, 영화를 봤다. 그중에서도 해리포터 시리즈는 가장 환상적인 체험을 제공해 주었다. 나는 앉은뱅이 책상 위에 노트북을 펴고 해리포터 시리즈를 봤다. 해리포터라는 어린 중인공이 자신에게 주어진 힘든 역경을 이겨내며 자신을 발견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성장해 가는 이야기는 마치 내 이야기 같았다. 나에게는 내가 가진 재능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고,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했다. 언젠가 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 내게 준비된 낙관적인 미래가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필요했다.
2023년, 내 딸들, 해리포터 덕후가 되다
몇 년이 흘러, 나는 어느 자리에 정착하게 됐다.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아이가 생겼고 그 아이들은 자신의 시간표에 따라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어느 날, IPTV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고 있는 두 아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이 시리즈를 즐겨 보던 때가 어언 십수 년 전이라 나는 이야기의 줄거리를 거의 잊어버린 상태였다. 내 두 딸은 주중 저녁에, 혹은 주말마다 해리포터 시리즈 정주행에 몰입했다. 자기네들끼리 모여앉아 내용을 요약하거나 이야기에 대해 토론하고 이야기가 갖는 의미에 대해 논쟁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내게 흐뭇함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특별히 내 큰 딸은 나에게는 큰 의미를 갖는 아이다. 이 아이, 동생보다 해리포터 시리즈 감상에 늦게 참전했다. 그리고 지금은 동생보다 더 진심으로 해리포터 덕후가 되어가고 있다. 2년 가까이 흠모하던 뉴진스 덕후 생활도 해리 포터 시리즈에 집중하기 위해 청산하겠다고 할 정도다. 작가인 J. K. 롤링에 대해서도 스스로 검색해 알아가고 해리포터와 론, 헤르미온느 등의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애착이 깊다.
해리포터 시리즈, 큰 딸의 영혼을 사로잡다
큰 딸은 어린이집에 다니던 시절부터 자신은 커서 결혼해 따뜻한 가정을 꾸릴 것이라고 단언해 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 녀석, 참 독특하네, 하는 생각을 했다. 보통은 가정을 가진다는 생각을 그리 빨리 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내 큰 딸은 왠지는 정확히 모르나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한 초상을 일찍 그린 듯하다.
큰 딸은 어려서부터 조각, 미술, 작문, 음악 등에 소질을 보였다. 특별히 작문에 관해서는 남다른 열정과 소질을 가졌다. 이런 딸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점점 어려워지고 고난이도의 수학 때문이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수학 문제 풀이에 올인했는데도 수학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이것은 큰 딸애에게 상당히 스트레스를 주었다.
모든 인간은 저마다 어떤 이야기의 노예들이다.
한 인간의 삶은 예외 없이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특별한 이야기의 한 부분이다.
어린아이들에게는 부모나 선생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들이 드러내는 세계에 대한 관점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세계의 구조나 사회 시스템이 이렇다고 말할 때, 부모나 선생이 신중하고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선생이 필요하다. 아직 가 보지 않은 높은 산맥에 대한 안내자가 그들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믿음도, 성향도, 태도도 결국은 어른들이 어떻게 가르치고 말해주는가의 결과물일 뿐이다.
"넌 분명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고, 너에게는 너 자신도 알지 못하는 위대한 재능이 있단다.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니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다.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배우고 생각하고 체험하렴. 언젠가는 너 자신이 이 세상에 온 이유를 너 스스로 깨닫게 될 테고 네 삶을 살게 될 테니까. 넌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무엇이든 네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어. 세상엔 널 도와 줄 사람들이 있을 테고 네 꿈을 이룰 수 있을 만큼 삶의 시간은 기니까."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해 줄 어른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불안해 하거나 조급해 하지 않도록 다독이고 지금 당장 무얼 해야 할지 친절하게 설명해 줄 안내자가 필요하다. 이 세상은 어느 정도 안전한 곳이고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평정심을 갖고 성장하라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 줘야 할지 모르는 어른들
그냥 훌륭한 이야기를 보고 읽도록 안내하라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 사회에는 아이들을 안내하고 이끌어 줄 만한 역량을 지닌 어른이 부족하다. 심지어 어른이 해야 할 역할을 방기하고 해태하며 아이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세계를 비관적으로 부정적으로 바라보도록 강제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학교에 가면 선생들이, 집에 가면 부모들이 그런 악역을 맡는다.
이런 시대에, 이야기는 아이들을 구원해 줄 유일한 매개체다. 특별히 이 시대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이야기는 역사 시대 이전이나 이후에나 늘 인류에게 안내자 역할을 해 왔다. 내가 젊은 시절 그랬듯 내 아이들 역시 이야기를 통해 이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상상하며 안내받으리라. 그들에게는 유일한 구원자인 것이다.
해리포터가 불우한 환경에서 생활하다가 호그와트에 입학해 고난과 역경을 이겨가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 가는 이야기는 내 큰 딸에게 엄청난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이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 어른이라고 해서 완벽한 인간은 아니라는 것, 친구의 중요성, 사람들이 불안에 휩싸인 채 하는 말이 전부 진실은 아니라는 것, 고난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것 등을 내 딸은 이 이야기를 통해 천천히 깨닫는 중이다.
이야기엔 힘이 있다. 아니, 혼란의 시대에 오직 이야기만이 어린아이들을 올바로 인도할 것이다. 그것은 매우 현실적이고 미래를 예견하게 하며,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 찾는 데 도움을준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십수 년 전 날 구원했고, 이제는 내 큰 딸에게 구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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