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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이런 리더

by 김정은

리더의 자격, 이에 관해 말하고자 한다. 어떤 이가 세상에 나와 무슨 일을 할 땐 자격을 요구받게 된다. 구두를 닦는 일에도, 접시를 닦는 데에도, 구두점 직원이 되는 데에도 최소한의 자격이 필요하다. 세상 어떤 일도 자격 없이, 역량 없이 해낼 수 없다.


하물며, 리더가 되는 데엔 얼마나 큰 자격이 요구될까?


세상엔 다양한 집단이 있다. 정치 집단과 비정치 집단, 기업체와 비 기업체, 학교, 지역, 스포츠, 취미활동 등 집단은 열거하면 끝이 없다. 크든 작든, 목적이 무엇이든, 어느 장소에서든 집단엔 리더가 있기 마련이다. 특별히 중요한 일을, 목적을 수행하는 집단이라면, 리더의 역할, 매우 중요하다. 리더가 어떤 자인가에 따라 그 집단의 역량, 성격이 달라진다.


대한민국의 집단 대부분의 리더는 종속형이다. 종속형 리더는 대개 수동적이고, 보수적이다. 기업이든, 국가기관이든, 학교든 이러한 종속형 리더가 선호된다. 사회정의? 집단의 본령? 성과? 실력? 그런 것 따위 중요하지 않다. 이는 불행한 일이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그 집단의 운명을 봐서도.


물론, 기업은, 특별히 성과를 우선시하는 기업이라면 역량이 우선시되는 경향을 가지는 것은 맞다. 대한민국의 대통령까지 지낸 모 인사처럼, 비행기 안에서 무릎을 꿇고 회장을 알현하며 자신의 충성심을 입증해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이들은 요즘 기업에서는 흔하지 않으리라. 기업은 어느 집단보다 시장과 성과에 민감하다. 성과를 요구하고, 성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혁신을 주창하고, 개혁을 선도하는 배짱 있는 자는 고위직에 올라가기 어렵다, 여전히!! 능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승진 과정에서 밉보이면 업계에서는 퇴장행이다. 그러니, 능력보다는 여전히 대인관계, 적절한 수동성이 중요하다.


예나 지금이나 실력 있고 배짱 좋은 리더감은 중도 퇴장을 각오해야 한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해도, 낭중지추의 역량을 갖췄다고 해도, 집단은 보수적이기 마련이기 때문에 벽을 넘기 어렵다. 그러니, 이따금씩 나오는 성공신화는 가볍게 들어넘기기 어렵다. 아마도, 상당한 운이 따라주었을 것이리라.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역량을 갖춘 데다 리더 자격을 갖춘 이가 자신의 실력에 맞는 자리를 꿰차는 일은 쉽게 오지 않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리더의 역량이란 무엇인가? 내 생각에 리더의 역량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해당 분야의 탁월한 식견

-성실성과 겸손함

-경청과 합의 도출 능력

-경험과 도전 정신

-리더십

-소명의식


이중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겠다. 식견이 뛰어나지만 성실하지 않다면, 경청할 줄 아나 합의 도출 능력이 떨어진다면, 리더십이 있으나 소명의식이 없다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 리더란 이 모든 것의 총합이다. 균형을 갖춘 인물, 다양한 요소를 두루 겸비한 인물, 그가 바로 리더다.


21세기의 탁월한 리더 하면 떠오르는 이가 많으나, 그중 처칠과 스티브잡스를 빼놓을 수 없겠다. 이 두 인물에 대해 말하기 전에 우선 이 점을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리더는 만인의 연인이 아니다. 인간은 각자 저마다의 시각으로 인물을 평가한다. 그러나 그 모든 잡소리를 종합하자면, 미치광이 한 사람만이 남게 된다. 즉, 사람들의 평가란, 종합하기 어려운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와 그 사람의 행실이다. 이 두 가지는 객관적인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역시도 인간을 통해 전달된다는 결함이 있으나, 우린 최대한 타인의 견해가 섞이지 않은 원재료를 가지고 이 두 가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윈스턴 처칠부터 이야기하자. 그는 위대한 군인이자, 정치인, 작가다. 성장기엔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군인, 종군기자 등의 직업을 거치며 성장한다. 그는 훗날 2차 대전을 승전으로 이끄는 위대한 인물이 된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이미 정부 관료들에게 말하였듯이, 의원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것은 피와, 수고와, 눈물, 그리고 땀뿐이라고. 우리의 앞에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앞에는 투쟁과 고통으로 점철될 수많은 세월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정책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이와 같이 답변하겠습니다. 육지와 하늘, 그리고 바다를 가리지 않고, 주님께서 주신 모든 힘을 가지고, 이제껏 인류가 저질러 온 수많은 범죄 목록 속에서도 유례 없었던 극악무도한 폭정에 맞서 싸우겠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정책입니다. 우리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한 단어로 대답하겠습니다. 그것은 승리입니다. 승리,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승리, 어떠한 공포가 닥쳐올지라도; 승리, 그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승리 없이는 생존도 없기 때문입니다.

-처칠의 전시 수상 취임 연설


위대한 리더에게는 늘 위대한 말이 따라붙는다.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말은 한 인간의 지성의 총합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의 진면목은 말과 글에서 나온다. 삶의 전력이나 행실 또한 중요하다. 이것들은 쉽게 속일 수 없다. 그 사람의 생 자체가 그 사람이다.


한 집단, 민족, 국가를 통합하고, 하나의 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자질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탁월한 식견과 역량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처칠은 그러한 인물이었다. 영국이 아니 세계가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종전 이후에도 세계의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를 내다본 탁월한 인물이었다.


두 번째, 잡스다. 처칠과 달리, 그는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만큼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

-《Think Different》광고 中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잣대다."


"창의성이란 단지 어떤 것들을 서로 잇는 것일 뿐이다. 당신이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 일을 해냈냐 묻는다면 그들은 아마 조금 죄책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사실 정말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무언가를 보았을 뿐이고 그것은 얼마 후 그들에게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의 절반을 알 수 있다. 나머지 절반은 그 사람이 쓴 글과 행실을 통해 알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괴짜였다. 학비 부담을 부모에게 주기 싫어 대학을 안 가려 하는가 하면, 실제로 대학을 스스로 중퇴하고 수업을 청강한다. 동지이자 친구였던 워즈니악과의 관계도 좋지 않게 끝난다. 생부를 증오하는가 하면, 자신의 딸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면모도 보인다.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잡스는 결함이 많은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진면목은 통찰과 대담함에 있다. 그는 시장에 종속되어 움직이지 않고 시장을 주도했다. 단지 상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는 인간이었다. 그는 단지 기업인이 아니었다. 그는 창조자였고, 혁신가였으며 리더였다. 한 사람 한 사람, 그를 거쳐간 인물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미치광이 한 명이 남겠으나, 우린 어디까지나 그가 직접 한 말과 그가 남긴 유산을 들여다봐야 한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해야겠다. 사적으로, 사생활의 측면에서 그를 바라보면, 단점과 결핍이 없지 않다. 그러나 한 명의 혁신가로서, 리더로서 그는 획기적인 족적을 남겼다. 아마도 인류 역사를 통틀어 그만큼 위대한 발자취와 성과를 남긴 인물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처칠과 잡스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리더의 캐릭터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잡스 같은 인물이 있는가 하면 처칠 같은 인물도 있다. 둘 모두 위대한 리더다. 처칠은 국가와 민족을 통합하고 고난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고, 잡스는 통찰력과 실행력으로 문화를 획기적으로 전환시킨 사업가였다.


자, 한 가지, 리더 자질을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그 자리에까지 올라갔다는 것은 어느 정도 운이 따라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반대로 실력과 역량이 없이 운이 따르지는 않는다.


우리 주변에는 스스로 리더를 자처하는 인간으로 넘쳐난다. 그러나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진정한 리더라 부를 만한 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통찰력과 식견, 용기와 실행력, 통합 능력 등을 두루 갖춘 리더는 드물다. 아니,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동시에, 사람들은 이러한 리더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컨대 정도전은 오랜 시간 동안 역적으로 취급되었다. 노무현은 대통령 임기 말년에 지지율이 10퍼센트 미만이었다. 이것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렇기에 나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대개는 편견과 아둔함, 무지에서 비롯되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리더가 없지 않으나, 사람들은 보지 못한다. 이것은 리더의 운명이다. 운이 따라주었을 때, 그는 기회를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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