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내 두 딸내미들, 하얀 도화지다. 내가 손 대면 손 대는 대로, 금을 그으면 긋는 대로, 색을 칠하면 칠하는 대로, 그려지는 도화지.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애 키우는 맛, 이럴 때 느끼는 것이다. 아이가 흰 도화지라면, 아빠 입장에서는 훈육하기가 쉽다. 말하는 대로, 가르치는 대로, 이끄는 대로, 아이는 된다. 이것이 안 되면, 훈육은 어려워진다.
흰 도화지는 어떤 것일까? 한글이 필요하면, 한글을 배우려 하고, 스포츠와 예술을 겸비하라고 하면 그대로 따른다. 쉼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쉬고, 아니 지금은 걸어야 해, 라고 말하면 걷는다. 100퍼센트가 아니라고 해도, 아이가 아빠의 명령과 뜻에 따른다면 그건 흰 도화지다. 내 아이는 제멋대로에요. 그렇게 말하는가? 그렇다면 그런 아이는 훈육이 어렵다. 처음부터 다시 단계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색을 빼고, 선과 면을 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렇게 만들기 위해, 나는 공을 들였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변함없이. 어떻게 했을까?
-훈육에는 자신만의 확고한 원칙이 필요하다.
-밀고 당겨야 한다.(당근과 채찍이다)
-사랑과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순서를 알아야 한다.
-나의 요구와 아이의 요구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
자, 어떠한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 계획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다.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깜깜할 것이다. 나는 이 방면에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대개의 부모들은 그렇지가 않음을 잘 안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리라.
그렇기에, 나의 방법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것을 잘 숙지하고 실천한다면, 최소한 절반은 성공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독자들이 참고하시길 바란다.
1. 때를 지킬 것.
이것은 훈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이전의 아이라면, 정서, 감정, 친밀감,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이 시기는 학습의 시기가 아니다. 아이는 언어를 습득하고, 예의범절과 관계 형서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학습이다. 이것 이상으로 가르치려 하는 것은 (말리지는 않겠으나)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빨리 습득하는 만큼 또 빨리 잊는다. 그러니 구태여 영어니, 한글이니, 수학이니 하는 것들을 초등 과정 이전에 주입시키려 하지 마라.
때를 지켜야 한다. 조급해지더라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나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하기까지 한글을 몰랐다. 내 아이들은 나에게, 제발 한글을 가르쳐 달라고 애원했다. 기다려! 나는 한결같이 그 요구를 거절했다. 내 아이들은 자기 이름을 그림처럼 외웠고, 그런 방식으로 어린이집 신발장에서 자기 신발을 찾았다. 연극을 할 때면 대본을 읽을 수 없기에 언제나 대사 없는 역할만 맡았다. 나무1, 나무2 같은 것들 말이다. 하하하. 그러니, 저희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창피하고, 조급했을까?
아직은 아니니, 기다려야 해.
아빠한테 졸라봤자, 늘 같은 대답만 돌아오니, 아이들은 아예 포기했다. 내가 중점을 둔 것은 정서, 감정, 놀이, 언어(말), 관계 같은 것들이었다. 글자보다 친구와의 관계 같은 것에 초점을 맞춰 관찰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사이가 벌어지거나,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면 나는 찰싹 달라붙어 관계에 대해 조언해 주었다. 일부러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게 했고, 아이들이 또래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친구들이 돌아가고 난 뒤에, 이를 꼼꼼히 리뷰해 주었다. 이럴 땐 이렇게 해야지, 저럴 땐 저렇게 말하는 것이 나았어, 이런 행동은 상대로 하여금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니 조심해야 해, 네가 이렇게 한다면 더 나은 보상을 받게 될 거야, 식으로.
아이들은 어린이집 초기엔 관계에 어려움을 느꼈지만 해가 지날수록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자신감이 생겼고,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며, 리더십을 키웠다. 먼저 제안할 줄 알고, 자기 생각을 겸손하게 제시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한 자질이다. 이것은 훗날 내 아이를 빛나게 만들어준다.
부모들은 대개 쓸 데 없는 것들을 가르치려다가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친다. 이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육과 훈육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가 있다면 아이들이 그 시기에 반드시 함양해야 할 것들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다음 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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