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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지 20년 만에 아내에게 한 고백

by 김정은

나, 아내에게 힘들다는 말 같은 것, 잘 안 한다. 남자들이란, 대부분이 그렇다. 그런 말, 왠지 쑥스럽고 하기 어렵다. 그런데, 오늘 문득 그 말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불쑥 이렇게 카톡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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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의 아내는 언제나 그렇듯 다정하게 답장을 보낸다. 하, 좋은 여자구나. 나, 그렇게 또 느낀다. 내 아내, 참 무뚝뚝하다. 연애할 때도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내가 가만히 있어도 옆에서 쫑알대는 그런 여자를 원했다. 그런데 나의 어머니, 이렇게 충고하셨다.


너무 쫑알대도, 귀찮아.


그 말이, 가슴에 팍 꽂혔다, 어느 순간. 그래 맞아, 너무 쫑알댄다면, 그것도 일면 좋지만은 않겠지. 그런 깨달음이 생겼다. 물론 사람은 다 장단점이 있으니, 어느 쪽이든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으리라.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 이 사람도 좋은 법이고, 저 사람도 좋은 법이다. 중요한 건 나다. 내가 이 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바라보고, 사랑하면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에 나에 있지 상대방에게 있지 않다.


오늘은 볕이 좋아 오전에 30분, 오후에 30분 산책했다. 천천히 걸으면서 기도를 했다. 나는 나름대로 험난한 삶의 여정을 걷는 중이 아닌가? 왜 힘든 게 없고 외롭지 않겠는가? 모든 문제는 결국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오늘따라, 아내가 곁에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됐다. 아내는 떡갈나무처럼 우직하게 서 있는 사람이다. 변함이 없고, 변덕스럽지 않다. 그녀는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내색하지 않고, 올곧게 나아가는 사람이다. 어쩌면 나도 그런 사람인지 모른다.


나는 종종 아내에게 제안한다.


드라이브 가자!


아내는 열에 여섯, 일곱 번은 따라나선다. 주로 내가 말을 하고 아내는 듣는다. 그러다 아내는 존다. 아, 자는구나. 나는 생각한다. 아내는 자고, 나는 혼자 운전을 한다.


미안해.


잠에서 깬 아내는 말한다.


아니야.


물론, 빈정이 상할 때도 있지. 아니, 왜 차만 타면 자는 거지? 운전하는 나는 생각하지 않아? 그런 마음, 든다. 나도 인간이니까. 한번은 실제로 이야기한 적도 있다.


자기는 어쩜 그렇게 차만 타면 잘 자?


그러니, 아내가 날 원망했다.


얼마나 피곤하면 잘까, 그렇게 생각해 주면 안 돼?


그말도 일리가 있네. 나는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에선 이런 생각이 솟구쳤다. 아니, 근데 맨날 자니까 하는 말이지! 그래, 내 아내, 맨날 잔다. 나는 일할 때도, 평소에도 조수석에 앉으면 절대 자지 않는다. 운전하는 사람이 졸릴까봐! 그러나 그건 내 경우고, 만인에게 그런 걸 바랄 수는 없지! 그게, 맞으리라.


외로워!


힘들어!


그래, 나도 기대고 싶다. 때론, 그러하다. 자랄 땐 어머니가 늘 곁에 계셨다. 큰 산처럼, 버티고 서 계셨다, 나의 어머니. 성인이 된 후론, 그 역할을 줄곧 내가 하려니 힘이 들지. 그런데, 오늘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에게 말했다. 외롭고 힘들어. 아내는 다정하게 그 말을 받아준다. 좋은 여자구나! 다시, 느꼈다.


세상의 엄마, 아빠들이 힘냈으면 좋겠어. 얼마나 힘들고 지치고, 버거울까, 내가 그러니까. 나는 이해가 돼. 아내에게, 남편에게 말하고, 기대자. 부부가 아닌가?


오늘, 나는 기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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