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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Mar 19. 2024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 부녀 관계

아이는 성장한다. 

아이는 경험한다. 아이는 만들어지고 깎이고 부딪히며 자라난다. 그 곁에 존재하는 사람, 아빠다.


아빠는 한 인간이 태어나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많이 접촉하는 사람 중 하나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장 많이 접촉하는 이가 될 수도 있으리라. 나의 경우에 그러하다. 나는 딸애가 갓난아이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딸애들과 시간을 많이, 가능하면 많이, 더 많이 보내려 노력한 아빠다. 물론 게을러서, 힘들어서, 혼자 있고 싶어서, 딸애들로부터 일부러 떨어져 있기도 한다. 그러나, 노력해 왔다. 그녀들과 이야기하고, 허그를 하고, 볼을 부비고, 요리를 해 주고, 상담을 하고, 그녀들의 말을 경청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려 노력했다. 그 결과는? 아주 좋은 것이다. 딸과 나의 관계는 매우 훌륭하다. 우린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 딸애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세상 살면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가장 먼저 아빠를 찾는다. 문을 두드리고, 격의 없이 문제를 털어놓는다. 물건을 하고 싶거나, 필요한 것이 생겨도 가장 먼저 아빠를 찾는다. 나는 그녀들을 위해 소비하고, 시간을 낸다. 드라이브를 하고, 여행을 한다. 함께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다. 모르는 영어 문제를 풀어 준다.


아빠는 다 성장한 인간이다. 

물론 그러한 아빠도 성장진행형 인간일 뿐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나아가야만 한다. 성장이다. 성장을 멈추는 순간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성장하려 하지 않는다. 더 배우고, 알고, 이해하고, 지적 영역을 넓히려 노력하는 이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타인을 쫓아 돈을 쫓아 갈 뿐이다. 거기엔 성장이 없다. 고집세고 아둔하며 시야 좁은 한 명의 어린아이가 있을 뿐이다. 거죽은 나이들었지만 영혼은 성장이 멈춘 어린아이.


그러니, 아빠라고 해서 다 같은 아빠는 아니다. 어떤 아빠는 아이가 필요한 것을 때에 맞게 공급해 주는 훌륭한 아빠이지만, 어떤 아빠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 적당히 사랑해 주고, 적당히 지원해 주고, 적당히 관계를 맺는 아빠. 이 세상에는 그런 아빠들이 많다. 


나의 경우에도, 아버지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다. 

나와의 관계도 썩 좋지 않았다. 아버지는 늘 바빴고, 나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저 자기 인생을 자기 뜻 대로 살다 갔다. 그러니, 추억이랄 게 그다지 없고 아버지로부터 받은 영감이나 교훈 따위도 없다. 내 아버지는 교육에 대해 그리 강조하지도 않았고, 나의 성장이나 인간관계에도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성인이 되어서는, 내가 아버지를 부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나는 딱 한 번 대성통곡 하며 울었다. 왜 울었을까? 아버지가 누워 있는 병원을 나와 차를 몰다가 도중에 차를 세우고 하염없이 울었다. 그 눈물 안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으리라. 아버지란 관계를 떠나, 한 인간과 공유할 수 있는 경험과 시간의 폭이란 우리 생각보다 크지 않음을 안 것이다. 시간은 짧다. 생도 짧다. 그러므로 우린 노력해야만 한다. 시간의 유한성을 깨닫고 시간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내 딸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으리라. 그래서 딸이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나는 딸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다뤘다. 그 시간이란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딸들은 자라면서, 각종 문제에 부딪힌다. 

제 힘으로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 아빠가 나섰다. 조언을 해 주고, 역할 놀이를 해서 깨닫게 하고, 연습을 시키고, 경험으로 극복하도록 도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들이 훌륭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훌륭한 인간이란, 성장하는 인간이다. 자신을 알고, 목표가 있으며, 행복 능력을 갖춘 인간. 내가 바라는 것은 그뿐이다. 인간이란, 한없이 부족한 종이라 자신을 모르고 목표도 없으며 행복할 능력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세 가지를 갖추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다. 아빠는 이 과정의 조력자다.


훌륭한 인간을 키워내는 훌륭한 아빠. 

이러한 관계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멋지다.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부녀 관계다. 지금 내 딸들과 나의 관계가 그러하다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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