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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Mar 30. 2024

인생은 원래 꼬여 있는 것

이것을 인정하기가 참 쉽지 않다. 모든 것이 꼬여 있는 것 말이다. 그래, 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 온다. 왜, 이렇게 된 거지?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아니, 잘못한 것은 없다. 그리 잘한 게 많지 않을 뿐.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큰애와 다툰다. 또, 그 이야기다. 학원, 공부, 수학... . 아내가 문을 열고 말한다.


오늘부터 나는 활리(큰애) 공부에서 손 뗄 테니까 오빠가 이제 다 알아서 해.


음?


활리가 영어 학원 그만둔대. 수학도 그만두고 싶대. 그래서 그만둘 거면 아예 다음달부터 그만두라고 했어. 난 이제 모르겠어!


아내는 잔뜩 화가 난 모양이다.


지난 번에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제라(둘째 딸)가 눈치 없이 사실을 말한다. 맞아, 지난 번에도 아내는 그렇게 말했다. 아마 작년 말쯤에였나? 자신은 아이들 교육에서 손 뗀다고 말했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 아이들을 학원에 집어넣고, 관리에 들어갔다. 나는 학원 보내는 일은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근본적으로 그게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해 왔었다. 큰애는 벌써 2-3년째 학원을 다니고 있으니, 오래 버텼다. 작은 애는 학원 다닌 지 이제 1년이 안 됐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잠시 쉬다가 학원을 가서 저녁 늦게까지 수업을 한다. 초6인 작은 애도 그 대열에 막 합류했다.


아내는 그렇게 아이들을 학원에 집어넣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 믿은 걸까? 아이는 기계가 아니다. 짐승도 아니다. 아이들은 인간이고, 버티는 데엔 한계가 있다. 아이는 숨 쉬고 싶어하고, 놀고 싶고, 자유롭고 싶은 그저 인간일 뿐.


물론, 공부도 해야 한다. 사람 구실을 하려면 우선은 알아야 한다. 그러니, 배움이 필요하다. 문제는 양이다. 양은 적당해야 하는데, 그걸 정하는 것은 정부도 아니고, 사회도 아니다. 부모다! 대개 부모들은 그것을 스스로 정할 줄 모르기 때문에 주변을 본다. 그리고 내 아이를 주변의 틀에 맞춘다. 거기에서 대개의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튼, 나는 아내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나는 집을 나와 차를 몰고 짐에 가서 운동을 했다. 아, 오늘따라 정말 운동이 하기 싫다. 체육관엔 두어 명이 운동 중이었다. 폼롤러 위에 몸을 굴리며 생각한다. 내 인생, 어디에서부터 꼬인 거지? 모든 것이 꼬여 있는 것만 같았다. 풀어도 풀어도, 계속 꼬이네. 아내는 내 맘처럼 행동하지 않고,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힘들어한다. 나? 나도 힘이 들어! 나는 철인이 아니야!


며칠 전, 선배를 우연히 회사 앞에서 만났다. 선배는 눈에 띄게 살이 빠져 있었다.


선배, 많이 홀쭉하네요, 무슨 일 있어요?


당뇨가 왔대. 무조건 식단 조절하고 걸으라고 해서. 밤낮으로 걸어. 자전거도 샀어. 술도 못 먹어.


선배는 나더러 좀 부어 보인다면서, 너도 자전거 한 대 사서 타라고 조언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강변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하더라. 엉엉 울었어. 한 세 번 운 것 같아.


선배는 말했다. 선배 인생도 내 인생못지 않게 꼬인 것이 틀림없다.


우리 삶은 왜 이렇게 꼬여 있는 걸까? 제대로 사는 사람이 참 드물다. 아니, 그런 사람은 없다. 삶은 원래 꼬여 있는 것이다. 내 삶도, 타인의 삶도. 인생은 원래 그러하다. 힘이 들고, 복잡하고, 문제 투성이! 우린 그 인생을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가며 산다. 정답은 없으리라.


나는 오늘, 꼬인 생을 제대로 풀어가려 운동을 하고, 음악을 듣는다.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창문을 열고 바람을 들이마셨다. 기분이 한결 낫다. 돌아가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참이다. 어떻게 공부를 할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한다. 큰애가 학원을 그만두면, 내가 선생이 돼서 수학도 영어도 공부시켜야 한다. 나는 입사 전 7년 동안 영어 선생 경험이 있다. 아이들 가르치는 데엔 나름의 경력이 있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것, 그것이 삶이야!


그 진리를 내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야만 한다. 삶에 있어, 쉬운 것은 하나도 없어! 삶은 원래 어려운 거야. 그걸 이겨낼 만한 힘을 길러야 해. 그걸 알려주는 것, 그게 내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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