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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ul 02. 2024

어둡고 긴 터널, 끝이 있으리라는 생각

살다 보면 절망적일 때가 있다. 나처럼, 태생이 긍정주의자인 사람에게도 그런 때가 종종 있으니. 경험상, 이런 순간에는 그저 난감함 뿐이다. 과연 이 어두운 터널에 끝이 있을까? 나에게 새로운 순간이 찾아올까?


그래, 이런 때란 그저 절망이 두 눈을 가린다.


삶은 고통이라고 한 쇼펜하우어 말은 명언이다. 좋은 때와 나쁜 때는 번갈아가면서 나를 잡아삼킨다. 축복이라 할 만한, 기쁘고 행복한 순간은 잠시뿐, 위기가 닥쳐오고 문제가 생긴다. 그중에서도 단지 한 발짝 떼는 것조차 힘든 순간이 있다.


아,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너무 고통스럽군!


이는 모든 인간에게 닥친 공통의 운명이다. 젊건 늙었건, 돈이 많건 적건, 남자건 여자건 마찬가지다. 우리의 삶은 이러한 문제의 벽을 하나씩 넘어가는 과정이다. 어떻게든 벽을 부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만 하는 것. 이러한 숙명이 인간의 삶이다.


이것을 깨닫는 데 4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2-30대 시절, 나는 고통을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땐 삶의 대부분의 문제가 잘 풀리리라는 긍정주의가 나를 지배했다. 나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고, 미래는 늘 밝게 보였다. 추측컨대, 호르몬과 뇌 활동, 그리고 신체적 젊음 때문이었으리라. 노화가 진행되고, 활동 범위가 축소되고, 호르몬계가 변화하면 마음 상태도 달라진다. 현실의 문제도 변한다. 아이가 크고, 경제적 압박이 심해지면 같은 문제도 더 크게 다가온다.


단 하나의 벽 넘기


나는 어느 순간부터 지금 바로 코앞만 바라보기, 라는 내 나름의 방법을 고안해내고 실천 중이다. 러닝이나 산행에서 얻은 교훈이다. 멀리 갈수록 코앞만 봐야 한다는 것. 그래야 그 순간을 이겨낼 수 있고 버틸 수 있다. 멀리 보면, 지금 당장 한 발을 떼는 것이 너무 힘들어진다.


지금 내 앞에 놓인 단 하나의 벽을 쓰러뜨리는 것. 오직 그것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꽤나 효과가 있다. 하루에 하나씩 무너뜨리면 일주일이면 7개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면 또 다른, 예상하지 못한 높은 벽이 나타난다.


나는 오늘 마주 한 이 단 하나의 높은 벽만을 응시하고, 인지하고, 대책을 쥐어짜낸다. 내일 나타날 벽은 내일 처리하면 된다. 나는 지금껏 수많은 벽을 무너뜨려왔다. 그래서 깨닫게 된 것은 벽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마도 내가 두 눈을 감고 죽는 그 순간까지 그러하리라.


그러니, 내성을 길러야 한다. 벽을 대하는 나의 관점, 태도를 다져야 한다. 벽 앞에서 쓰러지지 않으리라는 결심이 필요하다. 벽이 나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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