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은 Jul 12. 2024

나를 구원하는, 이야기

글을 쓴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게 된다는 의미다.  글을 쓰는 인간은 지혜롭고 전략적이다. 그는 쉽게 세상에 굴종하지 않고 자기만의 철학을 만들어나가는 이다. 우리 머릿속에는 한 덩어리의 생각이 들어 있지만, 그것을 바깥으로 꺼내 근사한 무엇으로 창조해 내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글을 쓰는 것이 골치 아프고 어려운 이유다. 머릿속에 근사한 성 하나를 떠올리는 것은 간단하나, 실제로 내가 생각하는 대로 성을 축조해 내는 일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건축가가 되는 일이란, 끊임없이 보고 연구하고 지어 봄으로써 가능해지듯이 좋은 글을 써 내는 것도 그러하다. 끊임없이 보고 연구하고 써 봐야만 좋은 글이란 성을 완성해 낼 수 있다.


내가 늘 이야기하듯이, 모든 이가 작가가 될 필요는 없으나 우리 모두는 글을 써야 한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위치에 놓여 있든 잘 해내고, 좋은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 나가려면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 각자는 모양과 크기와 색기 각각 다른 별과 같다. 인간은 저마다 다르고 그 다름이란, 자기 자신이 가꾸고 노력하는 만큼 완성되는 성질을 가졌다.


이야기의 중요성


인간은 심리학적으로 볼 때, 자기 자신을 이야기 속 인물로 생각한다. 조상에 대한 스토리가 있고, 자신의 스토리가 있으며, 자신이 죽고 난 뒤에도 자녀 등을 통해 이어지는 스토리가 있다. 누구나, 삶의 주인공으로서 그럴듯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우리가 이야기에 끌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은 우주의 다채로운 현상을 떠올리고 상상하는 데 한계를 가지게 된다. 자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우주를 이해하고 삶을 개척해 나가는 데 감각적으로, 지능적으로 한계를 지니는 것이다.


할머니나 엄마, 혹은 아빠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이로 하여금 우주에 손을 대 보도록 감각의 촉수를 달아준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접하면서, 머릿속으로 이 우주 공간의 다양한 물질, 사물, 존재, 현상 등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나의 이야기


아이들이 성장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글을 쓰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내 생각에, 날개를 가진 새와 날개 없는 새의 차이보다 훨씬 크다.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내가 참고할 만한 타인의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내 이야기 창작의 출발점은 반드시 언제나 타인의 이야기다. 이 점에서 독서가 중요하다. 아이들은 좀 더 편안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만화나 영화가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그냥 쓰지 말고, 잘 쓰도록 노력


자, 나의 경험상 글을 쓰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또 글을 쓴다 해도 단지 끄적거리는 수준에 만족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아예 펜을 들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으나 사실 이 둘은 별 차이가 없다. 글을 쓰되, 더 잘 쓰려고 더 제대로 쓰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더 잘 쓰려면, 더 제대로 쓰려면 그만큼 품이 들기 때문이다. 어제의 글보다 오늘의 글이 나아져야 하고, 그러려면 더 높은 무언가를 향해 올라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고통과 노력의 과정으로 품위와 지혜가 만들어진다.


기계가 아닌 인간


시험보는 기계가 되는 과정으로써의 공부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그것은 내 아이를 어린 서커스 광대로 키우는 일과 비슷하다. 어떤 아이라도, 매일 같이 훈련시키면 관객으로부터 박수를 받는 광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훈련으로써 품위와 지혜를 얻을 수는 없다.


교육의 포부


내 아이를, 서커스단의 어린 광대로 키우는 것을 멈추고, 지혜와 품위를 지닌 인간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내 아이가 자신만의 스토리를 써 나가도록 도와야 한다. 훈련으로써의 학습도 필요하겠으나, 그것 이상으로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거기엔 반드시 이야기가 필요하다. 아이가 좁은 시멘트 구조물(아파트 몇 동 몇 호) 안에 갇혀 사육당하는 닭이 아니라 우주 더 멀리까지 감각의 촉수를 뻗칠 수 있도록 하려면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다. 역사도, 과학도, 문학도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좋을 것이다.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