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은 Mar 26. 2024

작가의 조건

인류사에 족적을 남긴 수많은 작가들이 있다. 멀리 그리스 시대의 호메로스부터 단테, 괴테, 빅토르 위고... 그리고 현대에 들어 무라카미 하루키, 파묵, 쿳시까지.



단테,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왼쪽부터, 구글)


작가는 보편성과 개성을 두루 표현해 낼 만한 수준에 도달한 이들이다. 이들은 각 대륙, 민족, 나라, 인종을 근간으로 성장해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과 감정을 다루고, 그것을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로 풀어냈다. 이것은 말이 쉽지, 매우 어려운 경지에 해당한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문학은 더욱 특별하다. 말 그대로 종합예술의 끝판왕, 그것이 문학이다. 물론 모든 예술이 그러하리라. 음악도 미술도 건축도 영상도 어느 한 가지 경험과 능력만으로 일정 수준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은 더 철저하고 극명하게 인간의 만사를 포괄한다. 글로 짓는 건축이며 단어로 수놓은 음악이자 언어로 그린 미술, 그것이 문학이다. 정치, 역사, 예술, 사회, 철학 등 전분야를 아우르고 그러으로써 사건을 구체화하고 주제를 이미지화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문학을 알게 된 것, 문학을 사랑하게 된 것, 또 문학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을 감사한다. 내 삶은 문학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문학은 내 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나는 문학 이전에 역사를 좋아했고, 정치를 좋아했다. 그러나 문학을 알게 되면서 이 모든 것이 문학에 포괄될 수 있다는 것에 경이로운 감정마저 느꼈다.


그래, 문학이 정답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결론지었다. 물론 이는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리라. 나의 경우에 그러하다는 뜻이다.


내 삶은 모든 것이 문학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업도, 일도, 가정도, 삶도, 신앙도 모든 것이 문학에 수렴된다. 일상이 문학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리라. 나는 그러한 삶이 즐겁다. 내가 어떤 문학을 할지, 어떤 수준에 도달하게 될지, 얼마나 많은 독자를 만날지 알 수 없으나, 나는 지금 생 자체가 즐겁고 이것으로써도 충분히 만족한다.


많은 이들이 문학에 도전하는데, 그들을 위해 작가로서 필요한 몇 가지 덕목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인간애에 대한 통찰


문학을 하는 이유도, 문학을 읽는 이유도 결국 인간에 있다. 언어는 구체적이고 직관적이다. 언어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품이 든다.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책을 읽기 싫어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거치면, 얻는 것이 크다. 문학이 주는 즐거움은 그러한 것이다. 우린 문학을 통해 통찰을 갖게 되고 인간사를 좀 더 폭넓게 이해하게 된다. 반대로, 작가가 되려는 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 역시 바로 이러한 통찰이다. 통찰 없이는 어떤 깊이, 높이, 넓이를 만들어낼 수 없으리라.


2. 풍부한 표현력


작가는 자기 머리 속에 있는 것을 적확한 단어로 표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머릿속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종이 위에 단어로 기록되었을 때 비로소 작품이 된다. 이러한 과정은 아름답다. 그러나 이는 길고 지루하며 어려운 관문이다. 누구나 글을 쓰고 싶어 하지만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포기한다. 표현력이란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다듬어질 수 없는 연필 같은 것이다. 끊임없이 자르고, 깎고 다음어야 얻게 되는 것, 그것이 표현력이다.


3. 노력과 성실성


작가로서의 자질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노력하지 않고, 성실성이 없다면 작가가 될 수 없다. 모든 작가는 노력과 성실성의 산물이다. 그는 몇 일, 몇 달, 몇 년을 책상에 앉아 쓴 자다. 이러한 노력이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4. 창조성


작품은 창조의 결과물이다. 문학의 역사란 창조의 역사다. 작가란 창조자다. 우리는 해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게 되고 새로운 사건, 새로운 표현물, 새로운 인물을 접하게 된다. 바로 작가를 통해서! 작가는 창조하기 위해 경험하고, 노력하고, 쓴다. 창조란 본래 없던 것을 구체적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맥락에서 신을 모방한다.


5. 믿음과 헌신


노력하고 창조하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 없이는 긴 시간을 헌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한 명의 작가가 탄생하려면 최소 1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러한 긴 시간은 믿음 없이 지속될 수 없다. 그러니 모든 작가는 자기 자신을 믿은 이들이다. 자신이 언젠가 무엇을 써 낼 수 있으리라고 믿은 이들, 바로 그들이 작가다. 그들은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기 삶을 오직 쓰는 데 헌신한 이들이다.


6. 행운


작가가 작품을 쓰고, 독자를 만나고 세상에 나온다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다. 카프카가 좋은 예일 것이다. 카프카는 사후 비로소 자기 작품을 세상에 알렸다. 그만큼 작가가 이름을 알리고, 작품을 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행운이 따라야 한다.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이전 18화 작가의 흔한 서재를 공개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