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이 막을 내려간다. 1월 첫날부터 쓰기 시작해 2월 마지막주에 작업을 끝내고 원고를 넘겼다. 근 50일 동안 책을 썼다. 한 주 동안 교정 작업을 하고, 한 주간 편집을 한 뒤 이제 책은 인쇄에 들어간다. 1-2주 후면 책이 발간된다.
벌써 세 번째 출간이다.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 하실 것 같다. 책을 다 써 낸 후의 마음이 어떨지. 출간을 앞둔 심정은 어떤 건지. 책을 다 쓴 후 후련함이란 무엇인지... . 그런데 사실 별것 없다. 이것도 그저 하나의 일이다, 라고 말하면 싱거울지 모르겠는데, 사실 그러하다.
후련해.
아, 시원하다.
물론 그런 마음이야 있다. 건축가가 자신의 혼이 담긴 건축물을 다 완성해 냈을 때, 작곡가가 한 작품을 마침내 다 끝냈을 때 그 마음은 이런 것이리라. 후련하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말하리라. 너, 수고했어.
그런 마음이 크다. 아이를 낳는 여인의 마음이 그렇듯, 작가 역시 책을 쓸 때의 고통은 잘 잊는다. 한 문장이 써지지 않아 고통스러워했던 나날, 피가 마르는 1분1초 따위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완성되었다는 기쁨,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 내 책이 세상의 독자를 곧 만나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남을 뿐이다. 나는 그렇다. 그리고 그 기분이 좋아 계속 책을 쓴다.
나는 벌써 다음 책을 기획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쓰려고 마음 먹었던 내용이다. 교육, 교육법, 육아, 성공, 한 인간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책 제목도 정했다. SELF-ESTEEM! 우리말론 '내 아이의 자존감'이다. 부제는 '반드시 성공하는 교육 매뉴얼'이다. 나는 이 책을 20년 전부터 생각해 왔다. 이 주제로 과연 몇 권의 책을 쓸지 나조차도 알 수 없다. 이번 채은 그 서막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여름 내 마무리해 가을이 오기 전에 출간할 생각이다.
오늘 출판사 대표와 통화를 했다.
이번 신간 북토크를 교보문과 광화문점에서 열 생각인데, 그 이야기를 나눴다.
잘된다면, 브런치 구독자 중 몇 분도 초대하고 싶다. 미천하지만 이 못난 작가를 직접 만날 기회를 몇 분에게 드리고 싶다. 북토크 일정이 결정되면 가장 먼저 브런치 독자들에게 알려드릴 것이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서,
책을 마친 뒤 소감은 엄마가 아이를 낳은 소감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저 짐작, 짐작한다.
나는 아이를 낳아 본 경험이 없어서, 이것은 영원히 짐작으로만 남을 테지만. 시원하고 후련하다. 커다란 짐을 해결해 낸 느낌, 숙제를 마친 기분, 뭐 그런 것이다. 그 과정은 길고 지루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우나, 마치고 나면 그런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만다. 남는 것은, 후련한 기분뿐이다.
작가는 그래서 또 글을 쓴다.
고통의 문을 열어젖히고 한 자 한 자 적어나가는 것이다. 온갖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마침내 작가는 결승점을 저 혼자 힘으로 통과해야만 한다. 그것이 작가의 운명이리라.
*구독을 부탁드립니다.